스포츠
홈런보다 빛났던 구자욱의 허슬 플레이
입력 2015-03-21 15:39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김원익 기자] 자칫하면 개막전을 앞두고 큰 부상을 당할 뻔 했다. 그런데, 그 경기는 스코어가 크게 벌어진 시점의 시범경기였다. 그래서 평범한 땅볼에 1루까지 전력 질주한 이후 베이스를 밟고 넘어진 구자욱의 모습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구자욱은 21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전에 7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활약을 펼쳐 팀의 9-3, 대승을 이끌었다.
3회 무사 1루서 투런 홈런을 때려냈고 4회 2사 1루에서는 내야 안타도 기록하며 빠른 발도 유감없이 과시했다.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난 구자욱은 2회 곧바로 설욕을 했다. 초구 볼을 골라낸 이후 한화 선발 유창식의 가운데로 몰린 2구 135km 투심을 공략해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25m 투런 아치를 그렸다. 지난 3월19일 NC전에 이은 시범경기 2번째 홈런이었다. 2루타 1개와 3루타 1개 포함 벌써 시범경기 4번째 장타.
그런데 다음 타석에는 가슴이 철렁한 장면이 연출됐다. 바로 8-0까지 스코어가 벌어진 4회 2사 1루의 세 번째 타석 투수 오른쪽 방면의 땅볼을 치고 전력 질주한 구자욱이 1루 베이스를 밟은 이후 그라운드에 쓰러진 것. 베이스를 제대로 밟지 못하면서 발목이 약간 꺾인 구자욱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1루를 밟았고 관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날 방송 해설진이 언급했듯이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고서까지 몸을 던질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시범경기 종료까지 이날 포함 2경기를 남겨 둔 시점. 경기감각을 마지막으로 조율하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경기를 마무리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구자욱의 입장은 달랐다.

이날 경쟁자인 박해민과 박찬도를 제치고 선발 출장한 구자욱은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 중반 땅볼 타구 하나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것도 전 타석 홈런 이후의 타석에서였다.
사실 괌 캠프에서부터 구자욱은 외모나 실력뿐만 아니라 심성이 더 반짝였던 선수였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경기 외적인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며 프로 1군 데뷔전을 치르고 싶다”고 말했던 그였다. 또한 류중일 감독의 조용한 일침 이후 동료들 몇과 함께 늦은 밤 호텔 앞 로비에서 몰래 배팅연습을 따로 더 했던 노력파이기도 했다.
최근 이토록 주목을 받았던 신인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구자욱은 지금 뜨겁다. 잘생긴 외모부터 차기 삼성의 스타계보를 이을 선수라는 기대까지, 장밋빛 전망이 넘친다. 그럼에도 마치 그 스포트라이트를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필사적으로 1루로 뛰는 구자욱의 모습은 홈런보다 그래서 더욱 빛나보였다.
[one@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