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경쟁 골프장이 그린피를 4만원대로 내렸습니다. 스크린골프도 아니고 참. 이렇게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리니 우린 아예 그린피를 한번 안 받아 볼까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최근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한 골프장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살벌한 골프장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요즘 골프장 경쟁을 요약하면 정말 ‘죽느냐 사느냐다.
2015년 봄 골프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골퍼 모시기 전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덕분에 골퍼들만 신이 났다. 시간과 장소만 잘 택하면 스크린골프를 즐길 금액으로 18홀 라운드를 할 수도 있다.
경기 포천에 위치한 포레스트 힐(18홀+6홀)은 날씨가 좋지 않았던 지난 4일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부킹 에이전트를 통한 이벤트로 그린피가 단 2만원에 불과했다. 포레스트 힐은 시간대별로 그린피를 다양하게 만들어 골퍼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골프장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예약할 경우 3월 말까지 주중 오전 6시대는 6만5000원이면 칠 수 있다. 일찍 일어나야 하는 대신 가격이 내려가는 것. 이후 30분 간격으로 가격 차등을 뒀고 9시 이후 부터 오후 1시 29분까지 골든 타임은 12만원으로 책정했다. 만약 운이 좋다면 부킹사이트를 통해 오전 6시대에 4만8000원에 칠 수도 있다. 단 임박 5일 예약건에 한한 가격으로 몇팀 나오지 않으니 운이 좋아야 한다.
푸른솔 포천CC는 아예 그린피만 내면 먹거리가 공짜다. 기본 조식은 무료, 여기에 코스 중간에 있는 ‘무료 포차가 파격적이다. 막걸리와 안주, 과일과 야채, 도토리묵 등을 그냥 먹으면 된다. 물론 물과 아이스크림 등도 서비스다.
인근 몽베르CC는 다양한 이벤트로 골퍼들을 많이 끄는 곳이다. 그래도 그린피 인하는 피해갈 수 없다. 코스 관리가 잘 된 회원제 골프장이지만 주중 최저 7만원부터 라운드를 할 수 있다. 몽베르CC 류연진 대표는 골프장이 비는 시간을 철저하게 분석해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해 골퍼들에게 최대한 혜택을 주고 있다”며 오는 4월부터는 가격 경쟁보다는 질적인 향상을 목표로 12개 홀에서 18개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베스트밸리 골프장(9홀)은 최근 캐릭터 골프 의류업체인 데니스골프와 손잡고 골프장을 아예 데니스 골프클럽으로 바꿨다. 국내 최초의 ‘캐릭터 골프장으로 차별화 한 것. 이곳에는 다양한 만화 캐릭터들이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들고 의류 및 악세서리를 70%이상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했다. 골프 전쟁터인 파주에 위치한 만큼 그린피는 물론 저렴하다. 평일 최저 5만5000원부터 18홀 라운드를 할 수 있다. ‘타수만큼 그린피로 관심을 모았던 360도CC도 주중 최저 5만원만 내면 된다.
파격 할인은 경기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경기 안성에 위치한 신안 퍼블릭 골프장(9홀)은 평일 4만3000원이면 족하다. 물론 부킹 사이트인 XGOLF를 통한 가격이다. 사실 그냥 가도 저렴하다. 신안 골프장은 주중 5만원, 주말·휴일에도 9만원만 내면 된다. 인근에 위치한 에덴블루CC(27홀)도 맞불을 놨다. 그린피가 주중 6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국민체육진흥 공단에서 운영해 저렴한 가격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에콜리안 광산·정선·제천·영광 골프장과 비슷한 가격이다. 오히려 주중 6만원(주말·휴일 8만원)인 에콜리안 골프장이 비싸게 느껴질 정도다. 대신 에콜리안 골프장은 노캐디제를 실시해 추가 부담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새롭게 ‘레드 오션으로 떠오른 곳도 있다. 바로 인천 지역이다. 최근까지도 국내 최다 내장객을 유치한 골프장으로 유명한 인천 국제 골프장은 지난해 내장객이 급감했다. 인근에 베어즈 베스트, 솔트베이 골프장 등이 새롭게 생기며 치열한 고객 유치 전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열한 ‘가격 경쟁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바로 골프장의 몰락이다. 익명을 요구한 골프장 대표는 일부 골프장들이 장기적인 마케팅 계획 없이 지금 골퍼만 유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격 경쟁을 펼친다면 결국 장기적으로 버틸 수 없고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앞으로 골프장은 상·중·하로 분류되고 그에 맞춰 골퍼들 또한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장이 장기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좀 더 치밀하고 긴 시각으로 마케팅 계획을 세워야 골프 산업 또한 다양성을 갖고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수도권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과 주유소가 비슷해 지고 있다. 한 곳이 할인을 하면 주변 주유소도 가격을 맞춰야 살아남는다. 살아남기 위한 출혈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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