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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콜린 퍼스 이어 이완 맥그리거 나가신다 ‘나쁜 녀석들’
입력 2015-03-18 10:2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영화 ‘나쁜 녀석들에 영국 신사는 없다. 맞춤형 정장도, 특별 무기도 없다. 하지만 영국 출신 배우 이완 맥그리거의 매력은 돋보인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죄수복과 평상복을 입었을 뿐인데도 그렇다. 또 일반 범죄 영화에서 총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일 텐데도 뭔가 달라 보인다. 신경질적인 모습과 결단력으로 남성미를 드러내는 건 또 어떻고.
영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은행 강도 전력이 있는 범죄자 브랜든(이완 맥그리거)은 나쁜 녀석이지만 흡인력 있게 관객을 빨아들인다. 그 혼자 돋보이는 원톱은 아니지만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나쁜 녀석들은 교도소에 처음 들어온 19세 청년 JR(브렌튼 스웨이츠)의 시선을 따라가고,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집중한다. JR은 체스판 앞에서 기민한 훈수를 둬 브랜든의 눈에 띄고, 그의 보호 아래 위험한 교도소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대가는 있다. JR이 출소하면 자신의 탈옥과 금괴 주조 시설을 터는 계획에 협조할 것을 제안한 것. 두 사람이 손을 잡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범죄 집단의 행동대장을 맡아 저돌적인 인물로 나오는 이완 맥그리거. 브렌튼 스웨이츠가 연기한 JR은 앳되고 유약해 보인다. 물론 그 역시 정신력과 승리욕은 강하다. 동양과 서양의 오묘한 매력을 뽐내는 알리시아 비칸데르(타샤 역)와는 낭만적인 분위기도 연출하는데, 새로운 배우들의 등장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어리숙해 보이지만 영리한 두뇌를 가진 JR은 브랜든과 함께 여성 관객을 사로잡을 만하다.
아버지와 아들, 혹은 스승과 제자로의 관계를 형성하는 두 남자는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다. 두 사람의 심리적 긴장감, 관계의 변화에 집중하며 보는 재미가 후반부로 갈수록 쏠쏠하다. 전반부와 후반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최근 한국에서 개봉해 사랑받은 ‘이미테이션 게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는 또 다른 장르의 즐거움을 전할 것 같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콜린 퍼스 등 영국 배우에 빠져 있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또 한 번의 기회다.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에게는 화려한 액션이 없어(금괴를 훔치고 나와 황량한 벌판의 카체이싱 장면이 있긴 하다) 밋밋한 느낌이지만, 과하지 않아 좋다.
후반부 반전도 꽤 영리하고 임팩트 있게 뽑아냈다. 로맨틱한 설정도 뻔하긴 하지만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5: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의 주연을 따내 할리우드 신성으로 뜨고 있는 브렌튼 스웨이츠와 ‘엑스 마키나에서 오묘한 매력을 뽐낸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조합만으로도 신선하다. 반전이 뻔하지 않고 로맨틱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군데군데 깔리는 기분 좋은 배경 음악들도 귀를 사로잡는다.
‘나쁜 녀석들은 6세 때 아버지를 여읜 줄리어스 에이버리 감독의 경험이 바탕인 장편 연출 데뷔작인데,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며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이 JR에 투영됐다. 인생의 롤모델을 찾으려 했던 감독의 선택은 나쁜 녀석이긴 하지만, 자신만의 룰을 지키면서 현실을 살아간 남자 브랜든이었다. 이완 맥그리거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인 듯하다.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26일 개봉.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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