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증금 내릴게 월 200만원 다오"…고가 월세시대 성큼
입력 2015-03-17 17:50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최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80만원에 '월세 계약'이 이뤄졌다. 올 들어 이 아파트 같은 평형에 유사한 조건으로 이뤄진 거래 건수만 10건이다. 보증금을 더 낮춰 5000만원에 월세 220만원에도 계약됐다. 김찬경 잠실1번지 대표는 "전세 매물 부족으로 월셋집을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200만원짜리 월세가 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저금리 여파로 전셋집이 빠르게 줄면서 일반 아파트 시장에 고가 월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오른 전세 보증금만큼 월세로 돌리는 보증부 월세가 많았지만 최근 보증금 1억원 이하, 월세 수백만 원의 비싼 월세 아파트가 늘고 있는 것. 1억원 이하의 보증금은 월세가 밀릴 경우를 대비한 보험금 성격이 강한 만큼 순수 월세에 가깝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 통계로는 지난 1~2월 잠실동 간판 아파트인 리센츠와 엘스, 트리지움(전용면적 84㎡ 기준)에서 보증금 1억원 이하로 맺은 월세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31.3%로 조사됐다. 이는 3개 단지 전체 월세 거래량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특히 전세난이 심한 강남3구에서는 월세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200만~300만원 안팎의 고가 월세가 늘어나고 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는 올해 초 보증금 1억원, 월세 33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학군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50만~400만원에도 계약이 됐다. 금리가 내려가자 은행 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준 뒤 보증금을 덜 받고 월세를 더 많이 받는 식으로 세를 주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가 월세는 강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마포, 성동구처럼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면서 최근 몇 년 새 새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보증금 5000만~1억원에 월세 100만원 이상이 임차 상식처럼 대중화된 상황이다.

옥수동 래미안리버젠 전용면적 84㎡도 전세금이 5억~6억원 선이어서 보증금 3억~4억원에 월세는 10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적었지만 최근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30만원 등 100만~200만원대 월세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강남 등 인기 지역은 교육, 교통, 편의시설 등 뛰어난 기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목적을 갖고 진입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전셋집은 사실상 동이 나다 보니 단기 거주한다는 생각으로 비싼 월세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월세 시대가 빨리 다가올 수 있다고 말한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지금까지 월세는 다세대·연립주택 등 저가 소형 주택에서 일반적이었지만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집주인들은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보니 고가 중대형 아파트로까지 월세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도 "저금리에서는 전세금을 은행에 묻어둘 이유가 없는 데다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할 여력이 있는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높여 임대 수익을 최대한 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보증부 월세에서 사실상 '보증부'가 사라지는 월세 계약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월세 바람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 부담이 커서 주거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어서다.
집주인도 마냥 좋지 않다. 아파트 시장에 월세가 늘어나면서 보증금을 낮춰도 월세를 기대만큼 올려 받기 어려운 데다 전월세 전환율도 전반적으로 내려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지난 1월 서울 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6.8% 수준이지만 월세 물량이 늘어나면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김혜현 대표는 "집주인은 월세로 전환할 경우 전세에 비해 집 수리·보수 등 관리에 돈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엄밀히 따져보면 기대만큼 큰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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