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MB 정부 인사들 '수난사'…부글부글 친이계
입력 2015-03-17 17:28  | 수정 2015-03-17 17:49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올때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이른바 '전 정권 사정'은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2007년 경선 때 쌓인 친이계와 친박계의 앙금이 컸다 하더라도 같은 당인만큼 거친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겠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초기 사정의 칼날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생각이었을까요?



최근 시작된 부패와의 전면전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MB 정부 실세들을 겨냥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자원외교와 방산비리는 MB 정부 시절을 다루고 있고, 이 사업들은 특성상 정권 실세들과 권력자들이 연루될 수 밖에 없기때문입니다.

포스코 수사 역시 단순한 비자금 조성의혹을 넘어 이른바 '영포라인'과 관련성을 보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포스코는 포항에 있습니다.


그곳에는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정준양 전 회장이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박영준 전 차관과 친한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있다는 언론보도도 나옵니다.

정-정 라인과 영포라인이 지금까지 드러난 이번 수사의 표면입니다.

그 연관성을 조금 더 파볼까요?

정준양 전 회장은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5조 원을 들여 몇 건의 M&A를 추진했습니다.

대우인터내셜 인수, 호주 로이힐 광산, 성진지오텍, 포뉴텍 인수가 그것입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에너지 자원 개발 기업입니다.

포스코가 이들 기업들을 인수해 에너지 자원 개발에 적극 뛰어든 것은 정말 기업 전략에 따른 판단이었을까요? 아니면 외부 압력에 의한 것이었을까요?

포스코가 에너자 자원 개발의 첨병으로 나설 즈음, 이상득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특사를 맡아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돌아다닐 때입니다.

박영준 전 차관이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맡아 에너지 자원개발을 진두지휘할 때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우연의 일치일까요?

검찰은 일단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출국금지시켰습니다.

그러나 정준양 전 회장과 포스코가 수사의 끝은 아닐 겁니다.

그 다음에는 누구, 그다음에는 누구 등 줄줄이 검찰 포토라인에 설 사람들이 분명히 나올 겁니다.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형을 살고 있는 이상득 전 의원이 다시 검찰에 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전 비리와 관련해 형을 살고 있는 박영준 전 차관이 다시 법정에 설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사가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은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서도 느껴집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 국무회의자리에서 다시 한 번 부패척결을 주장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 "부정부패는 국가 경제를 뒤흔드는 일이다. 비리의 뿌리를 찾아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부패척결에 범정부적인 역량을 집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MB 정권 사정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적폐와 부패 해소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번 수사의 칼이 MB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특히 친이계는 더더욱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른바 사자방에 대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 (14년12월11일)
- "자원외교 자체를 문제 삼으려고 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됩니다. 위험한 발상이고…. 다만 자원외교라는 이름 아래 '비리가 있었다. 이득을 챙겼다' 하는 이런 것은 철저히 조사를 하고, 국정조사 감이 아니라 사법처리 감이죠."

최근 이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부패한 공직자들이 국민을 향해 부패 청산을 외치는 것은 그들의 정권 유지를 위한 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MB정부 실세들을 수사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면 어찌될까요?

홍준표 경남지사의 말입니다.

"포스코 수사가 이명박 정부의 핵심세력을 겨냥한 기획수사로,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엄청난 비리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통치 기획수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말은 뼈 있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자칫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위한 수사를 무리하게 했다가는 그 역시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처럼 말입니다.

어쨌든 MB 정부 인사들 가운데 당분간 좌불안석인 사람들이 있을 듯싶습니다.

그렇다고 반격에 나설 수도 없습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현 정부가 내건 명분이 통치기획 수사라는 여론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내 전·현직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오는 19일 가지려던 대규모 만찬 회동을 연기했습니다.

자칫 친이계의 대규모 모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친이계로서는 여론전을 펼 수도, 조직적으로 저항할 힘도 없습니다.

3년 전 권력을 쥐고 흔들었던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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