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뇌가 섹시하다” 전세계, 영국 배우들에 푹 빠지다
입력 2015-03-17 15:00  | 수정 2015-03-19 15:38

청소년관람불가임에도 불구하고 500만 관객을 눈 앞에 둔 영화 ‘킹스맨. 머리통이 박살나고 피가 튀는 잔인한 장면이 가득한데 여성 관객의 인기가 높다. 17일 CGV에 따르면, 여성(57,2%)이 남성(42.8%)보다 훨씬 많다. 수수께끼의 해답은 영국 배우 콜린 퍼스다. 1대 킹스맨인 그는 187㎝의 훤칠한 키에 정장을 구김없이 소화하는 바른 몸매의 소유자다. 무례한 악당들을 단숨에 때려눕힌 뒤 점잖지만 힘있게 말한다. 매너스 메이크드 맨”(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 품격있는 아우라에 넋을 뺏길 수밖에 없다.
요즘 전세계는 영국 배우의 멋에 푹 빠졌다. 33살의 영국 청년 에디 레드메인은 지난달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장 선배(마이클 키튼 등)를 제치고 남우 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골든 글로브 5개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이미테이션 게임은 영국 대표 남여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키이라 나이틀리가 이끈다. 작년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스릴러 ‘나를 찾아줘(곤 걸)에서 희대의 악녀 연기로 명성을 떨친 로자먼드 파이크 또한 영국 출신이다.
영국 배우의 약진은 귀족적 이미지의 선호를 나타낸다. 헐리우드 배우들이 자유분방하다면, 영국 배우는 기품있는 매력이 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콜린 퍼스는 뚱하고 무표정하다. 그러나 한결같이 단정하고 성실하다.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최후의 고백도 덤덤하게 내뱉는다. 그러나 심장이 쿵쾅거린다. 믿음이 가게 되는 마력이다.
영국 배우들은 근육이 발달하고 이목구비 비율이 완벽한 이상적인 외모는 아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종종 나는 미남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굵은 목소리, 거친 액센트는 여성을 끌어들인다. 지난해 국내에서 아트버스터 열풍을 일으킨 ‘비긴 어게인(관객 342만명)에서 무명의 가수를 연기한 키이라 나이틀리도 전형적인 미녀는 아니다. 마른 몸매에 껑충하고, 웃을때는 송곳니가 보인다. 하지만 화장기 없는 민낯에선 담백한 미가 느껴졌다.

냉철하고 지적인 역은 영국 배우들의 주특기다. 흔히들 영국 배우는 뇌가 섹시하다”고 한다. 스마트한 멋이 있다는 얘기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열연한 TV시리즈 ‘셜록은 인텔리전트한 캐릭터의 매력을 집약했다. 슬림한 체형을 코트로 감싼 그는 차가운 푸른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정보가 없는 채로 추측만을 해서는 안된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나를 찾아줘에서 어렸을 때부터 영재라고 평가받고 하버드대를 졸업한 에이미 던을 연기했다. 천재 재원이지만 남편의 사랑에 실망하고 복수를 꿈꾸는 지독한 악녀는 철저한 시나리오로 남편을 살인범으로 몰아붙인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지능적인 악마는 로자먼드 파이크가 아니였으면 이토록 생생하지 못했을 터.
영국 배우들 중 실제 명문가 자제가 많은 것도 지적인 이미지를 더한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오페라 가수와 바이올린 연주자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옥스퍼드에서 수학한 예술가 집안으로 유명하다. 에디 레드메인은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대 출신이다.
영국 배우의 인기에선 진정한 배우에 대한 대중의 갈망도 읽힌다. 스타는 많지만 배우는 드물다”는 한탄이 나오는 세상에서 연기 학교와 극단에서 기본기를 쌓은 영국 배우들은 독보적으로 빛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맨체스터 대학교와 런던 극예술학교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엑스맨의 제임스 맥어보이는 스코틀랜드 왕립연극음악학교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앤드루 가필드는 ‘런던 센트럴 스쿨 오브 스피치 앤드 드라마를 졸업했다.
영국 배우들은 연극 대학을 졸업하고 연극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뒤 TV드라마나 영화로 진출한다. 갑작스런 인기를 얻은 후 연기를 배우는 ‘스타들의 코스와 달리 학습기간이 길다. 정통으로 연기를 배운 경험은 이들이 연기를 학문적으로 진지하게 탐구하는 자세로 이끄는 듯하다. 에디 레드메인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루게릭병을 앓는 스티븐 호킹을 연기했다. 그는 체중 10kg을 덜어내는 것은 물론 루게릭 병 환자들을 만나 행동을 연구했다. 호킹의 동영상을 보며 어느 부분이 굳었는지를 연구했고, 좀비 영화 안무가를 만나 호킹의 걸음걸이를 연구했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기본기가 탄탄한 영국 배우들은 문학 작품부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까지 폭 넓게 활약한다. 처음부터 인기를 끌지 않더라도 시간 속에서 내공을 쌓는다. 연기에 대한 장인 정신이 대중에게 큰 감동을 안긴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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