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지선 회장, 아웃렛·면세점 승부수 통할까
입력 2015-03-17 10:42 

◆ 위기의 유통가(家), 오너가 직접 뛴다 / ③ 현대백화점 ◆
그동안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최근 승부사 기질을 드러내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점포 확장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5일 JR투자운용과 서울 신도림에 위치한 디큐브시티 내 디큐브백화점에 대한 임차계약을 체결했다. 신도림은 서울 서남부 핵심상권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이 20년간 임차하기로 한 디큐브백화점은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로 서울 지하철 환승역인 신도림역과 바로 연결돼 있고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는 경인로도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근처에 현대백화점 목동점이 위치해 있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차별화 전략을 통해 오히려 점포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프리미엄백화점 콘셉트의 목동점과 달리 디큐브백화점의 점포 콘셉트는 가족으로 정해 오는 8월 기존 브랜드와의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아동, 가정용품, 식품 부문 등의 상품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날 파인트리 자산운용과 서울 동대문 케레스타(구 거평프레야)와도 임차 계약을 맺었다. 케레스타는 인근 쇼핑몰에 비해 층별 면적과 영업면적이 넓은 게 특징이다. 케레스타가 위치한 동대문 상권은 3개의 지하철노선이 운행돼 환승역세권으로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해외여행객이 즐겨 찾는만큼 현대백화점은 이곳은 도심형 아울렛이나 면세점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첫 교외형 프리미엄 아웃렛인 현대프리미엄아웃렛 김포점을 출점시켰다. 김포점은 정 회장의 아웃렛 정면 승부를 위한 야심작으로 꼽힌다. 구찌, 버버리, 페라가모 등 54개 수입명품을 유치해 총 239개 업체가 입점하면서 총 3000억원이 투입됐다. 수입 명품 브랜드 비중만 22.5%다. 특히 지미추, 테레반티네, 제롬 드레이퓌스 등은 아웃렛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김포점에 자리하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김포점을 시작으로 오는 9월께 서울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에 도심형 아웃렛 2호점과 오는 2016년 인천 송도에 프리미엄아웃렛 2호점을 연다. 지난해 5월 위탁경영 방식으로 문을 연 가산현대아웃렛을 포함하면 총 4개의 아웃렛을 운영하게 되는 셈이다. 오는 2017년에는 지방에 교외형 아웃렛을 착공할 계획이다. 현재는 대전 유성구하게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김포점이 연 600만명이 방문하고 연매출을 4000억원 가량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탁경영 중인 가산현대아웃렛의 경우 연매출 2000억원이 예상된다.
나쁘지 않은 M&A 성적표…자신감으로 면세사업 진출도
점포 확장만이 아니다. 사실 정 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패션업체 한섬과 가구업체 리바트 등을 인수하며 기업 인수합병(M&A)에 집중해왔다. 백화점과 홈쇼핑 등 그룹의 주요 유통분야와 사업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에 이뤄진 정 회장의 M&A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한섬의 지난해 4분기 별도 매출액은 17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3% 성장했다. 순이익도 9% 올라 187억원을 기록했다. 역성장을 보이던 한섬을 그룹 차원으로 지원해 백화점과 아웃렛 매장을 확대하는 등 적극 수혈에 나서도록 지시한 것은 정 회장이다. 그는 자사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고 잡화사업과 수입브랜드 유치에도 나섰다. 덕분에 매장은 인수 전보다 150개 이상 늘었고 올해에도 70여 개의 신규 출점을 앞두고 있다.
리바트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으며 주가 하락으로까지 이어졌지만 연간 누적 실적은 견고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대형매장이 들어서고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영업실적이 반영됨에 따라 앞으로 매출 호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진출도 정 회장의 전략 사업 분야다. 정 회장은 이달 초 그룹 내 면세점 관련 별도법인을 설립하고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신규사업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호텔신라와 신세계 등에서 면세사업을 맡아온 담당자도 상무로 영입했다. 기존 대형 면세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가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신세계를 비롯해 한화갤러리아, 현대산업개발 등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만큼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게 그룹 측의 입장이다. 전략 사업으로 면세사업을 내세우면서 향후 공항 면세점을 비롯해 해외 면세점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조원, 경상이익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증권사 관계자는 "13조원 규모를 가진 국내 아웃렛 시장을 비롯해 8조원 시장으로 불리는 면세 사업은 유통 오너라면 누구나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는 분야”라면서 "지난 2008년 정 회장이 취임한 이후 현대백화점은 뚜렷한 신사업 진출 없이 부채비율을 줄이며 견고한 실적을 이어온 만큼 신사업 진출에도 실적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그간 신세계가 현대백화점을 넘어서는 등 유통업계 순위가 다소 변화했고 신사업 분야도 타 업체와 비교해 그리 특별할 것이 없어 늦은 감이 있다”며 "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미술관운영업을 비롯해 부동산개발업·평생교육업·의료기기판매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만큼 신규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 역시 "정 회장은 유통업계 '빅3'라 할 수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비교해 일찍 오너 자리에 오르면서 압박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라며 "오는 2017년 취임 10주년을 앞두고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지만 결국 실적으로 결과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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