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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 위태로워 보이는 한국 영화제…영화제가 정치의 희생양인가?
입력 2015-03-17 10:21  | 수정 2015-03-17 11:1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지난 10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사실상 사퇴의 뜻을 강조했다. 공동위원장 체제를 언급하며 1~2년 뒤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영화인들은 이 집행위원장이 부산시와 타협하지 말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 위원장은 사퇴 입장을 번복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강경함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의 부산영화제 상영으로 시작된 이 집행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여전히 영화계를 흔들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영화 역사에서 전무후무라고 할 수 있는 선정 영화 상영 취소 압력과 위원장 사퇴 종용은 창피한 일로 기록되고 말았다. 이 위원장의 사퇴 여부를 떠나 이미 세계 영화계에 부산국제영화제는 ‘낙인 찍혔다. 박찬욱·임권택 감독의 말대로 간섭 많은 영화제라는 인식이 생겨버린 부산에 의식 있는 감독들이 출품을 하려 할까.
부산시는 쓸데없는 이념 논쟁, 색깔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에 잘 보이려 한 부산시의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방법은 잘못됐다. 하나의 문화가 된 부산국제영화제에 어떠한 정치성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좌우 편 가르기는 정치판에서 보는 것만도 충분하다. 20회째 이어 오면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인 부산국제영화제의 노력을 부산시는 너무 쉽게 생각한 듯하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제에 간섭하는 나라는 없다”며 한국 사회가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그럴듯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가 부산국제영화제였는데 여기마저 무너지고 있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고 있나 싶다”고 통탄했다.
영화인들은 울화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영화제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해 모두가 한 마디씩 불평한다. 공청회에서 이 집행위원장은 서 시장과의 면담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부산영화제의 산업적인 측면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 영화제에 마켓이 있나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부산에서 진행되는 큰 행사 중에 하나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진행되는 아시안필름마켓을 모른다니, 일반 관객은 그렇다 치더라도 관계자가 엉뚱한 소리를 하니 현장에서 실소가 터져 나오는 건 당연했다.
부산영화제와 성격은 다르지만, 몇 해 전부터 논란이었던 대종상영화제는 분위기가 올해도 좋지 않다. 2013년부터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은 최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 조사 결과 구속됐다. 일광공영이 터키 군수업체 하벨산사에서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를 납품받는 계약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정부예산 500억 원을 가로챈 혐의다.
대종상은 이규태 회장이 많은 부분의 비용을 댔다. 일광공영 아래 여러 계열사의 힘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속으로 대종상영화제는 다른 스폰서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영화계를 뜻하는 충무로라는 단어를 중시했던 충무로국제영화제는 중단된 지 오래다. 2007년 시작했는데 2010년 4회로 문을 닫았다. 이 외에 다른 영화제들이 안전한 건 아닌 듯싶다.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잇따랐다. 이름 모를 지역 영화제는 더하면 더한 상황일 게 분명하다. 살얼음을 걷고 있는 영화제들에서 어떤 문제가 터져 나와도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조직이 크면 잡음이 없는 곳은 거의 없다. 물론 작은 규모라도 마찬가지다. 상처를 봉합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게 중요한데 그런 노력을 벌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영화인들과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부산영화제가 열었던 공청회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영화제의 노력이긴 하다. 하지만 부산시 관계자는 패널로 참석하지 않았다. 부산시를 향한 성토의 자리였을 뿐이다. 영화인과 관계자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지속적인 자리가 필요한데, 그러한 장이 계속 만들어질지 미지수다. 다른 영화제들도 적극적인 대화와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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