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제주항공 대규모 투자유치
입력 2015-03-17 04:02 
싱가포르항공(Singapore Airlines)이 국내 1위 저비용 항공사(LCC) 제주항공에 대한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투자가 성사될 경우 제주항공은 국내 빅3 항공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항공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제주항공 지분 약 20%를 확보하는 방안을 놓고 애경그룹과 협상 중이다. 양측은 작년 말 협상에 돌입해 현재 막바지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도의 공동 투자로 설립됐다. 이후 증자 과정에서 제주도가 참여하지 않아 현재는 △AK홀딩스 69.61% △애경유지공업 16.62% 등 애경그룹이 86.2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제주도와 산업은행이 각각 4.5%씩 지분을 들고 있다.
올해 하반기 상장(IPO)을 계획한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 5106억원을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K-OTC)에 따르면 제주항공 시가총액은 6946억원 규모다. 지분 20%를 단순 계산하면 1400억원 내외다. 제주항공은 싱가포르항공의 지분 투자가 올 하반기 IPO의 흥행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전 세계 37개국 102개 도시를 운항하는 글로벌 항공사다.

보유 항공기는 모두 104대이며, 이 중 A380 기종은 19대다. 영국 항공 서비스 컨설팅 업체 스카이트랙스(Skytrax)로부터 지난해 '5성 항공사'로 선정됐고, 주요 글로벌 조사에서 '서비스 부문'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항공의 선진화한 운용 시스템이 도입되면 제주항공은 중대형 항공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 시스템 도입과 장거리 노선 운영에 대한 우려를 씻어낼 경우 향후 국제 노선을 확대하는 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작년 12월 인천~오키나와, 인천~하노이 노선을 신설했고, 올해 1월에는 대한항공 독점 노선이던 부산~괌 노선을 새로 취항했다. 다만 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유럽·미주 노선 확대의 경우 저비용 항공사라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남아시아권에 치중했던 노선이 다변화할 경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양강 체제를 흔들 다크호스로 부상할 전망이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평소 "제주항공을 제1의 저비용 항공사로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대한민국 항공 빅3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새 비전을 제시해왔다.
해외 항공사의 국내 항공사 지분 투자는 정부의 허가 및 의무신고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투자가 국내 항공사에 대한 해외 항공사의 첫 지분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항공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단일 권역 중 전 세계에서 운항 편수와 승객 수가 가장 많은 한·중·일 지역 노선 확대를 목적으로 제주항공 지분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측 사이의 가격 인식차가 클 경우 이번 투자 유치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경그룹은 상장 기대로 장외시장에서 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값을 받고 투자 유치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싱가포르항공도 제주항공과의 시너지 효과를 놓고 다각도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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