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3월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며 " 2명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 총재를 포함,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금통위는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3월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하했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0월에도 기준금리를 각 0.25%포인트씩 인하한 바 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저물가 상태가 오래 지속돼 경제가 활력을 잃는 현상)에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디플레는 대개 경기 침체에 수반해 나타난다”며 "현재 경제 성장세가 미약하기는 하지만 3%대 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을 과도한 경기 침체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내수 회복세가 생각보다 상당히 미약하다”며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성장 잠재력까지 저하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금리 추가 인하에 따른 부작용으로 가계부채가 급등할 것으로 보이는데, 관리가 가능하겠나.
▲ 금리 인하는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인식을 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구조개선 대책도 그 일환이다. 가계부채는 통화 당국뿐 아니라 재정·금융감독 당국도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서로의 역할에 대해 선을 긋는 것 없이 가계부채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각 기관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 이번 인하 결정 때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을 어느 정도 고려했나. 미국이 언제쯤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는가.
▲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성명서에서 '인내심(patient)'이라는 문구가 빠질지 여부다. '인내심'이라는 문구가 살아있으면 적어도 두 번의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문구가 빠지면 금리 인상 시점의 불확실성이 예전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연준은 금리를 정상화하더라도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연준이 경제지표에 근거해 인상 시점을 결정하겠다고 했으니 이들이 중시하는 고용과 기대인플레이션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두 지표를 면밀히 보면서 예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언제까지 1%대 기준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예상하나.
▲ 연준이 빠르면 6월 또는 9월 중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한은도 하반기에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갖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 해서 다른 나라도 금리를 곧바로 따라 올려야 하는 건 아니다. 미국은 제로 금리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시작한다 해도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를 고려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국제 금융시장 자금의 흐름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는 눈여겨보도록 하겠다. 상황 전개에 따라 1%대 금리의 유지시기가 결정된다.
- 보통은 수정 경제 전망을 하면서 금리를 조정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에 선제적으로 했는가.
▲ 두 달 동안 일부 경제지표와 실적치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갖고 지금의 경기 흐름을 판단했다. 다음 달에 추가로 확보되는 자료를 다시 한번 보겠지만, 두 달간의 지표로 점검해보니 내수 회복이 미흡해 1월 경제 전망 때 예상했던 흐름에는 (경기 수준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경기 하방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이상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게 낫다고 봤다.
-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금리 인하의 주된 배경으로 볼 수 있나.
▲ 금통위원들은 디플레에 대해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 디플레 발생 가능성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한국 경제가 디플레에 들어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디플레는 모든 품목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을 뜻한다. 그러나 지금의 낮은 물가는 상당 부분 공급 충격에 기인한다.
대개 디플레는 경기 침체에 수반해 나타난다. 현재 경제 성장세가 미약하기는 하지만 3%대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을 과도한 경기 침체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디플레라고 볼 수는 없다.
물론 저성장이 장기화해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상실하면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디플레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경계심을 가지라는 목소리로 이해하고 있다. 단 디플레에 들어섰다는 주장은 지나치다고 본다.
- 최근 한달 사이 환율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나.
▲ 한 달 사이 변화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했고, 일부 국가들이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로 외환시장에서 환율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내수 활성화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가.
▲ 최저임금 인상에는 양면성이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소비를 증대시키고 가계와 기업의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등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긍정적 효과와 기업의 부담을 균형 있게 고려해서 내려야 할 결정으로 생각한다.
- 이번 금리 인하 전에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때 앞으로 금리 조정 여부는 경제 상황에 달렸고, 한은이 예상했던 흐름대로 성장이나 물가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시그널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망 경로를 이탈하면 통화정책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다. 2월 금통위가 늦게 열려 의사록이 이번 달 금통위 직전에 공개되는 바람에 시그널이 부족한 측면은 있다. 필요하다면 의사록 공개 시점을 시장과의 소통을 원활히 한다는 차원에서 조정할 생각이 있다.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기준금리가 더 낮은데 지금이 그때보다 경기가 더 나쁜 것인가.
▲ 국내외 경제여건이 다르다. 당시는 쇼크(shock:충격)가 갑자기 왔고 지금의 저성장, 저물가는 장기간 진행되고 있다. 지금의 기준금리(1.75%)가 당시(2.00%)보다 낮다고 해서 지금의 경기가 그때보다 나쁘다는 해석은 무리다.
[매경닷컴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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