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 달 만에 말 바꾼 한은…통화정책 도마위
입력 2015-03-12 11:28 
이주열 한은 총재

중앙은행의 오락가락하는 일관성 없는 통화정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채권시장에서는 "가장 신뢰할 수 없는 기관 중 하나가 한국은행이다”라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3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낮춰 연 1.75%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한은의 이날 결정은 무엇보다 저물가 지속으로 국내 경제에 대한 디플레이션(저물가 상태가 오래 지속돼 경제가 활력을 잃는 현상)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경제 지표를 보면 수출이 부진하고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증가율은 연간(전년 동기 대비) 기준 2013년 2.1%, 2014년 2.4%를 기록했다. 분기로는 지난해 1분기 1.6%, 2분기 3.2%, 3분기 3.6%, 4분기 1.2%를 나타냈다. 월 단위로는 작년 10월 2.3%, 11월 -2.7%, 12월 3.1%, 올해 1월 -0.7%, 2월 -3.4%로 감소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소비도 부진했다. 10월 소매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2% 줄었다가 11월에는 1.0%, 12월중에는 4.6% 각각 늘어 증가하는 듯 했다. 하지만 1월(-3.1%)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향후 성장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설비투자(설비투자지수)는 지난 11월 10.4%, 12월 15.0%, 그리고 올해 1월 14.3% 늘어 플러스 증가율을 유지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1월중 7.1%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11월 -9.4%, 12월 -3.2%, 1월 -2.9%로 부진을 이어갔다.
물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월 0.8%, 1월 0.8%, 2월 0.5%를 기록해 0%대를 지속했다.
여기에 더해 대외 측면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전면적인 양적완화 발표 등에 따른 이른바 통화전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전만해도 현 금리수준이 실물 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이 아니라며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던 한은이 돌연 통화정책 기조를 바꾼 점에 대해선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은행이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어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가장 신뢰할 수 없는 기관 중 하나가 한국은행”이라며 "통화정책의 신뢰성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디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주장에, "과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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