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핀테크 갈길먼데… 대못 방치한 금융위
입력 2015-03-11 18:29  | 수정 2015-03-12 06:19
미국 모바일뱅킹 업체 말라우자이는 핀테크에서 선두 아이돌 기업이다. 미국 내 지역 은행들은 '픽처 페이(Picture Pay)'로 불리는 이 회사의 모바일 고지서 결제시스템을 애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고지서 사진을 찍으면 스마트폰이 여기 찍힌 결제 정보를 인식해 바로 공과금을 낼 수 있게 해주는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의 일등 공신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꼽힌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저장장치, 서버를 비롯해 회사 운영에 꼭 필요한 전산 설비를 직접 설치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요금을 내는 서비스다.
한국도 이 서비스 도입을 위해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핀테크를 비롯한 금융업의 경우 이 법에 따라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 금융 당국이 금융업의 경우 전산 설비를 외부에 위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클라우드 발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다른 법령과 금융위원회 방침은 사실상 국내 금융사가 클라우드 이용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규정으로 핀테크 기업에 충분한 전문인력과 전산설비 등 '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을 것을 요구하는 전자금융거래법 제31조와 금융위의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및 전산설비 위탁에 관한 규정' 제4조와 6조가 꼽힌다. 4조에는 금융회사 신인도를 저해하면 위탁을 하지 못하게 규정돼 있다. 6조에는 보안성 및 재해 복구 시간 등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다.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는 "읽는 사람이 해석을 못할 정도로 예외 규정을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진입 장벽을 쳐놨다"며 "금융위 속내는 금융사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차원에서 클라우드를 장려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금융업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도록 장벽을 쳐놓은 것이다.
이와 달리 해외에서는 이 같은 규제를 찾아보기 힘들다. 영국 굴지의 보험회사인 아비바를 비롯해 호주 커먼웰스은행, 스페인 산탄테르은행 등 국가대표급 금융사가 클라우드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요람' 노릇을 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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