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규제 놔두고 法만 통과…핀테크창업 꿈도 못꿔"
입력 2015-03-11 18:25  | 수정 2015-03-12 06:19
"전산 설비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는 회사가 어떻게 금융업을 할 수 있겠어요." 최근 금융사 클라우드 컴퓨팅 논의를 위해 한 핀테크 포럼에 참석한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이곳에서 한 공무원에게 이런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이 한마디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바라보는 금융당국 생각이 압축돼 있는 것 같다"며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괴리가 너무 커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IT 업계에서는 기업이 자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비해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 강도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해외 유수 금융사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한 것은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한국 금융사에서는 툭 하면 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져 이슈가 되지만 클라우드를 도입한 기업이 정보 유출로 도마에 오른 적은 최근 한 번도 없다"며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이슈를 놓고 금융당국이 힘 빼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해외에서는 아마존 구글 VM웨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업이, 국내에서는 삼성SDS LG CNS SK C&C를 비롯한 기업이 서비스하고 있다. 오랜 기간 서비스 개발이 이뤄진 만큼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특히 정보가 처리되는 방식에 이점이 있다. 클라우드에 들어가는 데이터는 암호화된 형태로 잘게 쪼개져 정보저장장치 곳곳에 흩어져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해커가 저장장치의 어느 한 부분을 털어도 전체 큰 그림을 볼 수 없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이윤성 VM웨어 이사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최대 장점이 바로 보안"이라며 "보안이 우려돼 클라우드 도입을 하지 말자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클라우드법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법은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에 노력해야 하며 정보화 사업 예산편성 시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클라우드 분야를 적극 밀겠다는 포석을 깐 법안인데 유독 금융당국만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태도가 이제 막 싹을 피우려는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시키려면 하루가 모자란데 클라우드를 막아 놓은 규정 때문에 자칫 시간을 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해진 요건만 충족하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쓸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규제가 있다고 말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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