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국타이어, 차입금 증가 업황둔화 파고넘을까
입력 2015-03-11 18:05 
서승화 부회장
◆ 기업분석 / 한국타이어 ◆
한국타이어의 KT렌탈 인수 실패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지주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이하 한국타이어WW) 주가는 무려 10.7% 곤두박질쳤다.
막상 인수 주체인 사업회사 한국타이어 주가는 0.7% 조정받는 데 그쳤다. 반면 한국타이어의 한라비스테온공조(이하 한라공조) 인수 성사가 확실시된 작년 12월 16일 이후 주가 흐름은 정반대다. 한국타이어WW 주가는 현재까지 7.6% 치솟은 데 반해 한국타이어 주가는 5.8% 떨어졌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라공조·KT렌탈 등 2건의 인수·합병(M&A)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업회사가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지주회사는 돈 한 푼 안 쓰고 브랜드 로열티와 지분법이익, 배당 등 실속을 챙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며 "M&A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인 만큼 지주사 성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장 계열 분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지주사 사업의 95%를 차지하는 한국타이어와 어깨를 나란히 할 비(非)타이어 사업 자회사를 키워야 나중에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두 아들이 공평하게 나눠가질 수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조현식 한국타이어WW 사장과 동생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으로의 '3세 경영' 승계를 준비하려면 그룹 차원에서 우량한 사업 자회사를 육성해야 하고, 이를 위한 M&A를 주도할 한국타이어WW가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사업회사 한국타이어는 자금 조달에 따른 부담만 고스란히 떠안은 상황이다. 한국타이어가 국내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와 손잡고 한라공조 지분 69.99%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략적투자자(SI)로서 지분 19.49% 취득에 드는 자금만 1조820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까지 내부 곳간에 쌓아둔 현금성 자산 1조1720억원을 전부 쏟아부어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외부에서도 돈을 끌어오면서 올해 연결 순차입금은 작년 1조2163억원에서 2배 이상 늘어난 2조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타이어는 작년 말까지 부채가 3조8040억원, 자본이 4조5170억원으로 84.2% 수준의 안정적인 부채비율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12일 5000억원(3년물 2500억원·5년물 25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하면 부채는 4조304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95.3%로 높아질 전망이다.
회사 측은 "회사채 발행으로 부채비율이 증가하겠지만 100% 미만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재무 위험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양호한 현금 흐름을 감안하면 재무 건전성을 의심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대출금 규모가 1조8818억원으로 많지만 대부분 연장 협약이 가능하고, 회사채도 발행금리가 3년물 2.116%, 5년물 2.289%에 불과해 낮은 이자로 장기 자금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잉여 현금 흐름이 연간 5000억~7000억원 상당으로 꾸준해 설비투자를 감안해도 2020년께 순차입금이 제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타이어는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가 2013년 1조4440억원, 작년 예상 1조5000억원으로 높아 현금 흐름이 원활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타이어 업황이 둔화되는 점은 큰 부담이다. 타이어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글로벌 공급 과잉 △유로화 약세 등 환율 여건 악화 △미국 반덤핑 관세 부과에 따른 중국 실적 부진 등으로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지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상계·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판결을 내리면 북미에 수출하는 한국 업체엔 호재"라며 "그러나 국내 타이어 3사 중 중국 판매 비중이 15.7%로 가장 큰 한국타이어는 중국 내 수급 악화가 단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6조6808억원으로 전년보다 5.5% 줄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유사한 1조316억원으로 겨우 1조 클럽에 턱걸이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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