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6만달러 줬다" "6000달러 받았다" 은행-고객 진실게임
입력 2015-03-11 13:28  | 수정 2015-03-11 14:22

싱가포르화 1000달러 지폐는 크기가 커서 보통 봉투에 안 넣기 때문에 당연히 100달러짜리라고 생각했다. 한국돈 100만원과 함께 가방에 넣어뒀다가 잃어 버렸는데 지금 와서 6만 달러가 들어있었다며 갚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 (IT 사업가 A씨)
싱가포르 출장이 잦았던 A씨가 1000달러와 100달러 지폐의 차이를 몰랐을 리 없다. 실제 A씨는 봉투를 받은 직후 고개를 숙여 살펴보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직원 말로는 가방에 봉투를 넣기 전 멈칫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서울 강남 한 시중은행 관계자)
서울 강남 중심가의 한 시중은행 지점이 한화 500만원을 싱가포르화 6000달러로 바꾸려는 손님에게 실수로 6만달러를 내줬다”고 주장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손님이 현재 돈 봉투를 잃어버렸고 6만 달러가 들어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반환을 거부하자, 이 은행은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11일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IT사업가 A씨(51)는 지난 3일 오후 2시 15분께 강남구 삼성동의 모 시중은행 지점에 들러 한화 500만원을 싱가포르화 6000달러로 환전해달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A씨가 받아간 돈이 6000달러가 아닌 6만 달러에 달한 것.
은행 측은 창구직원 정 모씨(38·여)가 100달러 지폐 600장을 내준다는 게 실제로 1000달러 지폐 60장을 봉투에 담아 A씨에게 건내줬다고 주장중이다. 싱가포르화 환율이 현재 1달러당 810원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원래 받아야 할 금액인 486만원보다 무려 4375만원을 더 준 셈인 것.
A씨는 정씨가 내민 봉투와 거스름돈을 가방에 넣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은행 측이 해당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업무 마감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6시께였다. 2시간이 더 지난 오후 8시 30분께 A씨와 연락이 닫았지만 A씨는 봉투에 6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는 건 금시초문”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 둔 봉투를 잃어버려 경찰에 분실신고를 한 상태”며 은행 측이 억지를 부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핵심은 A씨가 봉투에 6만 달러가 들어 있었던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다. 경찰 관계자는 이를 알았다면 횡령 혐의가 성립되지만, 아니라면 은행 측이 민사 소송 등 다른 방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지점 내부와 주변에 설치된 CCTV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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