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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불륜드라마②] ‘불륜’, 드라마 소재로 등장해도 괜찮을까
입력 2015-03-11 11:07  | 수정 2015-03-11 15:33
사진=일리 있는 사랑 포스터
[MBN스타 유지혜 기자]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 과연 도덕적으로 용인해도 괜찮을까.

작년 방영된 드라마 ‘밀회는 중년 여성과 젊은 남성의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세밀한 연출과 호연으로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이면에는 불륜을 미화한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시청자 사이에서는 어떤 형태이건 불륜은 용서하지 못한다는 의견과 불륜이라는 소재 하나만 놓고 비난하는 것은 피상적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일리 있는 사랑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리 있는 사랑은 결국 불륜이라는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주인공 여성의 남편과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못했던 ‘밀회와 달리, ‘일리 있는 사랑은 여주인공의 남편이 바보 같았고, 순수했다. 더욱 시청자의 눈에는 불편해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에 ‘불륜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자문을 구했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소재가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만약 드라마 속 불륜이 대중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한다면, 어떤 소재가 드라마에 쓰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즉, 드라마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운 교수는 특히 ‘밀회 속 불륜은 한 여성이 누군가의 종속된 삶이 아니라 독자적인 삶의 주체로서 일어나는 과정을 그리는 것에서 불륜이 작용했을 뿐”이라고 말하며 단순한 불륜 드라마라고 규정짓는 것은 상당히 표면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최근 이렇게 불륜이 여성의 주체성을 되찾는 수단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가족 형태의 해체와 맞물려 있다. 또한 결혼이란 제도로 자기 정체성과 삶의 결정권을 잃어버리는 여성이 자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그 발단을 만드는 자극제로서 ‘불륜 만큼 강렬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최선이고, 더 낫냐는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며, 불륜이라는 한 소재로 존재론적인 고민, 타락한 성의 현상 등 다양한 스토리를 그려낼 수 있기 때문에 소재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를 어떻게 그려내는가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또한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불륜이라는 자체에 도덕적인 판단은 당연한 것이지만, 불륜이라는 소재를 들어간 콘텐츠를 도덕적인 잣대로 판단한다면 콘텐츠에 사용할 만한 소재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불륜이 콘텐츠로 녹아났을 때 어떻게 그려졌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과거처럼 불륜을 단순하게 다루는 것은 식상한 시대에 이르렀다”며 그렇기 때문에 전보다 불륜을 불편해하지 않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단순히 불륜이라는 것이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요소로만 사용됐다면 분명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불륜을 다루는데 새로운 시각이나 접근 방식, 해석 등이 등장한다면 그것도 작품의 틀 안에서는 분명히 허용된다는 것이다.
사진=밀회 포스터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에 대해 불륜을 어떻게 그려내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문제”라고 말하며 드라마에서 불륜이 나왔다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사람은 사실 극히 적으며, 분명 부정적인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소재로서 금지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청자는 불륜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고,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은 아니라고 여길 수 있다. 좀 더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불륜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에 우려의 시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몇몇 논문에서는 불륜을 주요 소재로 다룬 드라마에서 성과 결혼 제도의 분리를 보여주고, 때로는 외도를 들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용인하는 모습도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TV는 세계관을 공유하고 동질감을 가지는 것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TV 속의 이미지와 내용을 그대로 현실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는 배양이론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불륜이라는 소재로 무엇을 말하려는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륜 자체는 도덕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드라마가 단순히 불륜을 다뤘다고 비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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