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리뷰] ‘채피’, 심장 뛰는 로봇이 말하는 인간의 ‘유한성’
입력 2015-03-11 09:28 
사진=채피 포스터
영혼을 가진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로봇과 인간의 거리낄 것 없는 교류가 만화적 상상력을 더한다. 거기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자들의 이야기가 닉 블롬캠프 식으로 잘 녹아들었다.


[MBN스타 정예인 기자] 영화 ‘채피는 인공지능을 갖게 된 로봇 채피(샬토 코플리 분)의 삶(?)을 통해 인간의 물리적 한계성을 지적한다.

채피는 세계 최초로 로봇 경찰 스카우트를 제작한 디온(데브 파텔 분)이 제작한 실험용 로봇이다. 디온은 완벽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설계,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는 고장 난 로봇에 시험운행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면 이는 최악의 수를 둔 셈이 됐다. 채피는 사람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기에, 배터리가 방전된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공포와 맞먹는 감정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채피처럼 감정을 가진 로봇이라는 모티프는 이미 여러 곳에서 차용된 소재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만 보더라도 인간에 가까운 로봇 앤드류 마틴(로빈 윌리엄스 분)은 영원한 생명(?) 탓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기에 외롭다. 앤드류의 영원불멸한 생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오히려 인간의 유한성을 감사하게 되는 역설에 빠진다.



채피는 앤드류와 정 반대의 방향을 지향한다. 그는 방전되는 배터리 탓에 인간의 생명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마치 인간처럼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때문에 채피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컴퓨터 전산으로 치환시켜 메모리 카드에 담는 장면이 인상 깊다. 마치, 불로장생을 꿈꾸는 진시황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닉 블룸캠프 감독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인간 외의 다른 존재와 교감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제작 의도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채피 속 채피는 인간의 방식으로 교감을 시도하고, 인간 역시 채피가 되는 것으로 로봇의 세계를 이해한다.

인간의 영혼을 전산화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닉 블룸캠프 감독은 전산화 할 수 있다”고 기정사실화해 ‘채피 속에 담았다. 때문에 지나치게 터무니없이 느껴지는 장면도 있다. 가령, 채피가 자신의 팔을 자르려는 빈센트(휴잭맨 분)에게 무서워” 두려워”라고 소리치는 면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신체가 절단되고, 상처가 고통으로 치환되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로봇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일까.

물론 닉 블룸캠프 감독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채피가 한없이 인간에 가깝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때때로 과도하게 설정된 장치들은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한다. 채피와 디온이 새로운 로봇이 되는 것으로 죽음을 면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간단한 결론이 아닐까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피를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채피가 전하는 인간적인 모습, 그 속에는 삶의 허무함, 로봇과 인간의 자유로운 교류, 신체의 유한성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갱스터 랩을 코믹하게 선보이는 채피가 말하는 ‘마음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영원한 것이니 말이다. 오는 12일 개봉.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