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심의하는 영화제에 초청되는 게 오히려 수치”
입력 2015-03-10 19:47 
영화인들, BIFF 위원장에 애정어린 조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뭔가 잘못한 게 있을 때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 공동집행위원장 운영도 용납될 수 없다.”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했다. 앞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영화제를 위해서라면 물러날 수 있다”며 다만 영화인들과 시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 그가 혼자 영화제를 이끌 수 있을 때까지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영화제를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박찬욱 감독 등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으로 부산시의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등 일련의 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해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부산시와의 타협으로 비칠 수 있는 이 집행위원장의 공동위원장 제의에 대해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부산시에 맞서 강경한 뜻을 고수해야 함을 강조했다.
심 대표는 이날 부산시와 타협한 것이냐”는 물음으로, 박 감독은 부산시가 요구한 인적 쇄신, 조직 쇄신, 패러다임 교체에 대해 나 위원장 스스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물러나겠다고 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말로 이 집행위원장의 행동을 지적했다.
박 감독은 이어 서울에 있는 영화인들이 부러워하는 영화의전당을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하는 마당에 영화의전당과 영화제 위원장 자리도 물러난다면 도대체 여태까지 무슨 일을 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나. 잘못한 게 있어서라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닌 상태에서 물러나면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영화인들이 일련의 사태를) 규탄하고 성토한 게 헛수고가 된다. 앞으로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킨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해도 다음 시장이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하면 뭐가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청회에 참여한 패널들은 부산시의 행태를 비난하는데도 한목소리를 냈다.
박찬욱 감독은 신작 촬영이 석 달도 안 남았는데 ‘이 자리에 나와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거절 안 되는 이 상황이 통탄스럽다”며 세계 국제영화제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뭐를 틀면 안 된다는 간섭이 있는 영화제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영화제 누가 가겠는가. 나 같으면 안 가겠다”며 내 영화는 극단적이기도 하고, 질문하고 도전하고 싶은 영화들인데 심의하는 영화제라면 초청되는 것이 오히려 수치고 모욕이다. 다른 영화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개탄했다.
임권택 감독도 예전에는 북한 영화를 상영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별것도 아닌, 세월호 관련된 영화를 상영했다는 작은 사건이 여기까지 왔다”며 아직도 이런 이념 문제라고 할 수도 없는 것 때문에 잘 커온 영화제가 구정물을 뒤집어쓰고 있는 영화제로 전락해서 잘못되는 일이 생긴다면, 이건 정말 나라의 수치, 부산의 수치, 우리 영화인들의 수치, 모두의 수치가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부산영화제를 위한 고언도 있었다.

10년 동안 전주국제영화제를 이끌었던 민병록 동국대 영상영상제작학과 교수는 과거 충칭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중국 최고지도자를 심하게 다룬 영화가 있었다. ‘이래도 될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중국은 영화제에서의 상영은 어떤 것이든 허가해 준다”며 이념적인 것도 아닌 영화를 이념적 논쟁과 잣대로 영화제를 탄압하려고 하면 심각한 일이다. 부산영화제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밀어 줄테니 굴복 말고 앞으로 나가라”고 바랐다. 민 교수는 또 정부의 예산을 받지 말라”며 기업이나 시민단체의 협찬을 받아 순수한 영화제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심재명 대표는 프로그래밍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존중받아야 하고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가치”라며 선정 과정이나 결과의 보고가 미흡했다면 보완하면 되는 것이다. 원론적인 가치나 기준이 표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도 패널로 공청회에 참여했고, 영화계 200여 명도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