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일본 방문 보도에서 그의 과거사 직시 언급을 전하면서도 이 이슈에 민감한 한국·일본 언론과는 달리 원자력발전의 단계적 폐기 같은 에너지 전환정책에 각별한 관심을 표출했다.
상당수 언론은 메르켈 총리가 아사히 신문 주최 강연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정부가 결정한 원전의 단계적 폐기에 관해 언급한 것을 아예 제목으로 뽑기도 했다.
중도 성향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9일 '메르켈 총리가 원전의 단계적 철수 정책을 선전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르켈 총리의 강연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메르켈 총리는 아사히 강연에서 "원전은 최악의 극단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독일 정부의 원전 폐기 정책 선택의 배경을 설명하고 "오는 2022년 마지막 원전을 없앤다”고 알렸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중대한 사건이었다”면서 "왜냐하면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이 때문에 사람들은 끔찍한 경험을 품게 됐기 때문”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자국의 원전 정책을 '선전'하면서 두 나라는 원전 문제와 관련해 "서로에 배울 것이 있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방일 직전 공개한 주간 팟캐스트를 통해 "독일은 현재 재생에너지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일본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FAZ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태도와 관련한 질문에 조언을 삼가겠다는 전제 아래 해답은 공동체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일본의 독자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메르켈 총리의 발언도 전했다.
일간 디 벨트는 온라인판에서 분야별 주제에 대한 방일 소식을 보도하며 과거사 이슈와 관련해선 조언하지 않겠다며 공동체로부터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한 메르켈 총리의 언급을 전했다.
그러나 슈피겔 온라인은 '독일은 과거와 마주했다'라는 아사히 강연에 이어 '과거사 정리는 화해를 위한 전제'라고 말한 메르켈 총리의 기자회견 발언을 전하면서 '도쿄의 메르켈, 정중하게 일침 가했다'라고 평했다.
독일 제1공영 TV 메인뉴스인 타게스샤우는 메르켈 총리가 방문 현장에서 로봇과 악수하는 사진을 전하면서 독일과 일본의 굳은 협력 의지를 확인하는 방일이라고 이번 방문 의미를 부여했다.
이 매체는 메르켈 총리가 아사히 강연에서 양국 간 경제와 기술 협력 강화를 요구했다는 부분에 주목하며 그가 "우호적인 두 나라 관계는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또 동북아 국가들의 갈등에 대해서는 메르켈 총리가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독일 공영 라디오 도이체벨레는 이번 방일이 G7 정상회의 회원국을 순회하는 방문이라는 점을 되짚고는 메르켈 총리가 연설에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독일 대연정은 한국과 EU가 체결한 FTA는 독일에 이득을 주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인용했다.
현지 온라인 매체인 RP 온라인은 700만부를 발행하는 아사히 신문 주최의 강연에서 메르켈 총리가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전환 정책, 파시스트 과거사, 노령화, 여성 리더십의 역할 이슈에서 양국은 유사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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