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효과…항공·해운株 `턴어라운드`

■ 1분기 프리어닝 시즌 임박, 실적호전 기대 종목은
국내 증시가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미리 반영되는 '프리어닝' 시즌 돌입을 앞두고 있다. 작년 국제유가 하락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1분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항공·해운주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전망이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179개사 가운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가장 크게 늘어날 종목은 게임주 컴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컴투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 19억원보다 무려 20배(1908.53%) 넘게 급증한 39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컴투스는 지난 1~2월 드래곤기사단·소울시커 등 신작을 글로벌 100개국 이상에 선보였고, 1월 말 인기작 서머너즈워의 중국시장 안드로이드 버전을 론칭했다. 이 같은 해외 마케팅 효과가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자 주가도 지난해 말 13만5500원에서 19만1000원까지 40.3%나 급등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1월 말부터 서머너즈워 중국 안드로이드 버전에서 새로 매출이 발생한 데다 북미·유럽 순위도 올라 2월 실적이 좋아졌을 것"이라며 "서머너즈워 하루 매출이 정점이었던 8억~9억원대로 회복된 것으로 보여 후속 인기작 없이도 주가 전고점 돌파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업종 가운데는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부품 등 전기전자(IT) 종목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컴투스의 뒤를 이어 OCI머티리얼즈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31.8% 폭증한 145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됐고, 에스에프에이(365.1%) 다음카카오(307.6%) LG디스플레이(301.3%) 다산네트웍스(296.4%) 삼성전기(168%) 등 IT주 실적이 대폭 좋아질 것으로 점쳐졌다.

특히 OCI머티리얼즈가 올해 반도체 업황 호조와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 등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증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랐다. 주가 역시 지난해 말 5만1200원에서 8만6500원으로 69% 치솟았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산업 활황으로 OCI머티리얼즈 주력제품 NF3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뒷받침해주지 못해 가격이 뛰면서 영업이익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IT업종 외에 국제유가 하락의 수혜를 입는 해운·항공업계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웃음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된다. 흥아해운과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은 유류비 절감 효과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1109.1%. 788.9%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흑자 전환을 의미하는 턴어라운드 기대주에도 한진해운, 현대상선, 아시아나항공 등 관련 종목이 일제히 이름을 올렸다. 조선업종에서 삼성중공업은 작년 1분기 3625억원 적자를 딛고 1231억원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 적자 규모가 전년도 1889억원에서 올해 5억원으로, 현대미포조선은 808억원에서 96억원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어닝 시즌이 본격화하기 전에 1분기 실적이 좋아질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해 전망치가 연일 낮아지는 추세여서 '실적 전망 뻥튀기'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컨센서스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장사 166곳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보다 0.9% 줄어든 28조5734억원으로 집계됐고, 매출액과 순이익 전망치도 3.3%, 2.0% 감소했다.
실제로 정유·화학·건설 업종의 영업이익 기대치는 불과 두 달 만에 빠르게 내려왔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053억원에서 979억원으로 67.9% 하향 조정됐고, S-Oil과 GS 역시 48.1%, 28.3% 하락한 650억원과 890억원을 기록해 정유 3사에 대한 기대치가 대폭 낮아졌다. OCI(-50.7%) 롯데케미칼(-32.0%) 등 화학주와 삼성엔지니어링(-48.9%) GS건설(-33.9%) 등 건설주도 마찬가지다.
[김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