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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살인의뢰’, 관객 향한 질문의 연속 “죽이고 싶은 사람 있습니까?”
입력 2015-03-09 15:51 
연쇄살인범을 잡은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설정이 초반엔 진부하게 느껴지지만, 오히려 다른 범죄 스릴러보다 현실적이며 조금씩 극에 빠져들게 만든다. 거기에 세 배우가 몸소 표현하는 3년 전과 후의 극과 극 변화는 ‘보너스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MBN스타 여수정 기자]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매우 자극적인 질문을 받으면 보통의 사람들은 대답보단 당황한 표정을 먼저 내비칠 것이다. 어찌 보면 이게 지극히 당연한 행동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 이 두 사람은 별다른 고민 없이 조강천(박성웅 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에게 사랑하는 아내이자 하나뿐인 여동생을 잃었으니 말이다.

‘촉귀신으로 불리는 강력계 베테랑 형사 태수(김상경 분)는 우연히 뺑소니 범 조강천을 잡게 된다. 하지만 그놈의 촉이 제대로 반응해 강천이 단순한 뺑소니 범이 아닌 연쇄살인범이라는 엄청난 정보를 알게 된다. 수사에 급물살이 탈 때쯤 술 한 잔 사라”고 너스레를 떨던 태수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버린다. 강천에게 마지막으로 살해된 피해자가 바로 하나 뿐인 여동생 수경(윤승아 분)이었으니까 말이다.

같은 시각 아내 수경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남편 승현(김성균 분)은 경찰서에서 아내의 사건에 대한 연락을 받는다. 아내가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된 후 승현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절망 속에서 3년이란 시간이 흐른다. 3년 후 태수와 승현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마주하게 된다. 감옥에 갇힌 강천 역시 흐른 시간만큼 더욱 악해졌고 사람의 탈을 쓴 괴물로 업그레이드 됐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가족들과 이를 행한 연쇄살인범의 3년 전과 후가 영화 ‘살인의뢰의 핵심이자 다른 범죄 스릴러와 다른 강점으로 관객을 충분히 자극할 것이다.

김상경은 ‘살인의뢰를 통해 ‘살인의 추억 ‘몽타주에 이어 세 번째 형사 역에 도전했다. 그러나 늘 사건을 해결해야 된다는 제3자의 입장에서 행동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형사와 피해자 1인2역으로 수사와 복수, 용서 그 사이를 줄타기 한다.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지만 형사라는 직업적 책임으로 감정을 다스리며 매우 현실적인 형사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특히 강천을 향해 주먹질을 날리던 태수가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형사이지만 피해자로서 연쇄살인범을 대할 수밖에 없는 그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줘 괜스레 뭉클하다. 이는 이미 예고편 공개 당시에도 많은 관심을 이끌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충무로 악역 전무 박성웅은 악역의 정점을 찍겠다”는 그의 꿈을 확실히 이룬 듯 하다. 앞으로의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조강천보다 섬뜩하며 더 질기고 악역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피를 보며 새하얗고 가지런한 치아를 강조해 웃는 그의 모습은 꿈에 나올까 두렵기까지 하다. 찾아봐” 버러지 같은 것들” 등 대사도 매우 적다. 때문에 그에게 대사는 살기 가득한 눈빛을 강조하기 위한 거들일 뿐이다. 열 마디 대사보다 강력한 눈빛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칼잡이 김의성과 대결하는 목욕탕 장면은 관객들까지 고통이 전해지는 듯해 눈을 질끈 감거나 주먹을 쥐거나,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그래서 해당 장면이 지나면 모든 근육이 놀랄 가능성도 크다. 충분히 긴장감 넘치며 눈을 깜빡 거리는 시간도 아깝다.

사실상 김상경과 박성웅에 비해 가장 큰 변신을 시도한 김성균은 주로 악역을 도맡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피해자 역을 연기했다. 악역 이미지가 다소 강했기에 과연 잘 표현할까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의심 역시 사치였다. 센 듯 역한 지극히 평범한 남자로 분해 이전과는 다른 변신 성공을 알린다. 3년 전과 후의 변화가 가장 확실하게 와 닿기에 또한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이기에 세 인물 중 현실감 높으며 몰랐던 김성균의 ‘우수에 찬 눈빛까지 만날 수 있다. 눈을 크게 뜬다면 김성균표 등판연기까지 확인 할 수 있다.

예상외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김의성과 조재윤도 ‘살인의뢰를 빛내는데 한몫했다.

이처럼 ‘살인의뢰는 세 배우 각각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이들의 조화까지 염두에 둔 착한 영화다. 그러면서도 작품 속 상황과 피해자의 입을 빌려 관객들에게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또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처지가 변한 인물을 통해 진정한 복수는 무엇인가, 한국의 사형제도, 피해자가 용서할 수 있는 범위, 가해자와 피해자가 마주할 수 있을까 등 묵직한 것들을 생각할 기회도 제공하기에 그리 단순한 범죄 스릴러는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만은 않은 영화다.

피해자와 가해자 각각의 상황과 심리도 잘 담아냈다. 하지만 균형을 이뤘다기보다는 가해자의 행동에 대한 부분이 지나칠 정도로 멋스럽게 강조된 듯해 피해자보다 더욱 눈길이 가고 세 인물 중 가장 버라이어티하다. 때문에 절대 악인으로 표현됐지만 관객의 모든 관심이 그에게 쏠리게 되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게다가 불사조를 연상케 할 정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가해자의 모습은 긴장감과 공포보다는 지루할 뿐이다. 오는 12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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