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M&A보다는 신사업”…면세점 사업확장 정용진의 승부수
입력 2015-03-09 15:46  | 수정 2015-03-14 13:51

위기의 유통가(家), 오너가 직접 뛴다 / ② 신세계
신세계그룹이 신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가 기업 인수합병에 힘을 쏟는 것과 달리 신세계는 기존 유통 분야를 강화하면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는 올해 복합쇼핑몰 등 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역대 최대인 3조35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투자금액인 2조2400억원보다도 50% 가량 더 많은 금액이다. ▲경기 하남 ▲고양 삼송 ▲인천 청라 등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비롯해 동대구 복합 환승센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김해점 등을 신축하거나 증축하고 센텀시티 B부지도 추가 개발하기로 했다. 이마트 신규점도 3~5개 준비한다. 오는 2020년까지 총 6개의 온라인 물류센터도 구축하면서 관련 채용인원도 1만45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올해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를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혀 정용진 부회장의 투자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백화점과 마트, 쇼핑센터 뿐만 아니다. 업계는 전통적인 유통분야에서 벗어난 정 부회장의 사업확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한 신세계는 지난해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데 이어 올해 인천국제공항의 패션·잡화 면세 사업권도 목에 걸었다. 최근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에도 뛰어들면서 롯데와 신라의 양강구도를 깨뜨렸다. 업계는 신세계가 면세 3위 업체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조선호텔의 면세사업부 실적은 2371억원으로 지난 2012년 103억원에 비해 20배 넘게 급성장했다. 2조원대의 호텔신라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긴 하지만 면세 시장이 연간 8조원으로 커진 만큼 정 부회장의 승부수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5년간 인천공항에서 패션과 잡화 등을 판매할 수 있게 돼 기록적인 매출 신장이 가능하게 됐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전세계 1700여개 공항 면세점 가운데 처음으로 2조1000억원의 매출을 넘어섰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보이는 면세사업은 단순히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전략적 유통 분야"라며 "특히 해외 공항 면세점의 경우 면세점 경영 경험이 입찰 시 평가항목으로 들어가 있어 향후 해외 진출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를 통한 식음료와 패션업 진출도 활발하다.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잘 알려진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한식뷔페인 '올반'에 이어 최근에는 일본 아이스크림 제조사와 손잡고 전문점 '오솔로'를 열었다. ▲달로와요 ▲밀크앤허니 ▲이마트피자 등을 가진 신세계SVN과 합병하면서 베이커리 사업부도 추가됐다.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맥아 및 맥주제조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정 부 회장은 식음료 전문가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수제맥주점인 '데블스도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뒤늦은 출발'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편의점 사업은 지난해 위드미 점포가 550여개로 늘어나며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업체가 1000호점을 열 때까지 10년 정도가 소요된 반면 위드미는 6개월만에 400개가 넘게 늘어난 것. 위드미는 올해 1000호점 개점을 계획하고 있다.
또 지난 2010년 이마트로부터 '자연주의'를 인수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지난해 라이프스타일숍 '자주'를 선보이고 판매 상품에 아동용품과 여행용품 등을 추가했다. 이 역시 정 부회장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업체인 롯데가 M&A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것과 달리 신세계는 전략적으로 움직이며 식음료와 패션 등 다방면에서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신규몰에 올반 등을 입점시키는 등 기존사업과 신사업간 연계성은 좋지만 베이커리와 한식 등 골목상권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호산업 인수 철회에 업계 평가는 제각각…"결과가 말해줄 것”
최근 신세계가 금호산업 입찰에 롯데가 들어가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인수의향을 철회하면서 업계는 정용진 부회장의 의중을 둘러싸고 다양한 평가를 내놨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3년 핵심점포라 할 수 있는 인천점을 롯데에 통째로 빼앗길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인천점의 건물 임차 기간은 2017년까지, 건물의 부지 임차 기간은 2031년까지였지만 인천시가 건물과 부지를 롯데에 일괄 매각하면서 신세계가 짐을 싸야하는 처지에 놓인 것. 신세계는 자사 점포 중 매출 4위를 기록 중인 인천점을 지키기 위해 인천시와 롯데를 상대로 매각 무효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해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5000억원을 들여 광주신세계백화점의 부지와 건물을 20년간 사용하기로 금호터미널과 장기 임대계약을 맺었다. 광주신세계백화점은 호남의 핵심 점포로 정 부회장이 지분 52.08%를 갖고 있다. 금호터미널의 최대주주가 금호산업인 만큼 만약 롯데가 금호산업을 인수한다면 신세계가 또다시 짐을 싸야 하는 굴욕을 맞볼 수도 있다.
M&A에는 기업의 전략과 미래가 총체적으로 담긴다. '치고 빠지는 게' 다반사인 M&A시장이지만 신세계가 이틀만에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면서 시장 평판은 좋지 않았다. 평소 진중한 성격의 정 부회장에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머리 싸움'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수전 참여에 선을 그어온 롯데이지만 컨소시엄 등을 통한 인수전 참여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만큼 방어전이 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정 부회장이 인수전에서 빠지는 대신 광주신세계백화점 사업권을 약속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편의점 사업과 면세 사업, 복합 쇼핑몰 건립 등으로 '들어갈 돈'이 많은 신세계로서는 실리를 적절하게 챙겼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경기 의왕시와 양해각서(MOU)를 맺고도 롯데에게 의왕시 교외형 복합쇼핑몰 사업을 위한 부지를 빼앗겼던 신세계로서는 이번 인수전에 최대한 머리를 쥐어짰을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최근 10년동안 지분투자에 약 2조원을 쓰는 등 인수전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신세계푸드 등이 신사업 진출로 실적이 안정적이지 못한 만큼 향후 3년 내 드러날 결과가 정 부회장의 승부수에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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