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사가 예측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의 위험이 아니라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투자자 KDB생명이 판매사 현대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현대증권이 위반했다고 인정한 설명 의무의 대상인 투자 위험은 현대증권이 펀드 투자 권유 당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위험이 아니거나 KDB생명이 그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 사항에 해당한다”며 그런 사항에까지 전문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 KDB생명에게 판매사인 현대증권이 설명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간접투자증권의 판매회사가 부담하는 설명의무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밝혔다.
KDB생명과 현대증권의 분쟁은 중고 항공기를 매입·운용해 수익을 내는 펀드 투자 과정에서 불거졌다. 펀드 설계사인 유리자산운용은 지난 2008년 4월 ‘유리 스카이블루 사모특별투자신탁 제1호(해당 펀드)를 조성해 현대증권과 위탁 판매 계약을 맺었다. 해당 펀드의 수익 구조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중고 항공기를 구매·수리해 태국의 한 저가항공사에 대여하면 인천-태국 푸켓 노선에서 발생하는 수입으로 SPC에 임대료를 지급하고, SPC는 이 임대료로 기업어음을 상환하는 형태였다.
KDB생명은 90억원을 이 펀드에 투자했다. 2007년에도 같은 구조의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 경험이 있었다. 때문에 펀드의 수익 구조에 대한 이해는 충분한 상태였다.
그런데 악재가 겹쳤다. 베이징 올림픽으로 항공기 수리 부품 조달이 원활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심대한 엔진 결함까지 확인돼 항공기 수리 비용이 예상치 못하게 크게 증가했다.
2008년 9월에는 태국 정세 불안으로 푸켓 공항이 폐쇄되는 등 노선 운항이 장기간 중단됐다. 결국 항공기 소유 SPC는 심대한 경영 상 타격을 입고 항공기를 헐값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KDB생명은 당초 90억원 투자금의 5%인 4억5000만원만 돌려받았고 판매사가 투자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KDB생명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각각 25억원, 14억원 지급 판결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리 오해를 이유를 원심을 뒤집고 현대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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