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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현주 “무뚝뚝·신경질…돌아가신 父 생각하면 후회돼”
입력 2015-03-09 07:0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왜 그때는 몰랐을까요? 강심이도 저도…아버지를 생각하면 후회되는 게 참 많습니다. 살아계실 때 좀 더 다정하게 못 해드린 게. 세상의 모든 딸들이…다 저 같을까요?”
벌써 여배우 인생 18년차다. 너무 이른 전성기 탓일까, 20대 중반 이후 주춤하나 싶더니 제대로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38세 나이가 믿기지 않는 동안 미모보다 더 놀라운, 해맑은 미소가 여전한 배우 김현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KBS 주말극 ‘가족끼리 왜이래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그녀를 만났다. 극 중 맏딸 차강심으로 분한 그는 코믹부터 심파까지, 다채로운 연기로 탄탄한 내공을 뽐냈다. ‘반전 강심, ‘만취 강심, ‘건어물 강심, ‘도도 강심, ‘워너비 강심 등 방영 내내 다양한 수식어를 만들며 40%가 훌쩍 넘는 대박 시청률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종영 소감을 물으니 이토록 외로움을 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공허하다”고 답했다. 큰 눈망울에는 여전히 드라마에 대한 애틋함이 가득했다. 이어 아직도 드라마가 끝나지 않은 것 같아요. 상상 이상의 허함…인터뷰라도 안 했음 큰일 날 뻔했네요”라며 크게 웃는다.
실제 성격은 의외로 좀 차갑고 독립적인 편이에요. 그동안 많은 작품을 했지만, 특별히 후유증이나 슬픔을 앓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유난히 여운이 많이 남네요. 촬영 내내 진짜 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공허함이 다른 것 같아요. 여행까지 함께 다녀오고 나니 더 애틋해지고요. 공항에서 헤어질 땐 서로 붙잡고 울었다니까요? 주책없이…하하!”
민망한 듯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애교 덩어리로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실제로는 무뚝뚝하고 털털한 성격이라는 김현주. 유독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다정한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이번 드라마를 두고 천운이 따랐다”고 말한 그는 첫 리딩에서부터 엔딩까지 완벽한 팀워크를 자랑했다고 뿌듯해했다. 자신에게 쏟아진 연기 극찬에 대해서는 유동근 선생님이 실제 아버지와 같았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배우들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뭔가 분위기가 달랐어요. 그리고 그 기운이 끝까지 이어졌죠. 솔직히 배우들 모두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결말을 알고 시작했는데, 감정이 과장되지 않도록 적당 수위를 유지해야 했어요. 대본에 충실하게 임했죠. 유동근 선생님이 정말 아빠같아 자연스럽게 몰입이 됐어요.”
실제 김현주는 극중 캐릭터인 ‘차강심과 많이 닮았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집안에서는 무뚝뚝하고 애교 없는 맏딸, 다른 사람들에게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집에서는 그저 부모님께 투정 부리고 짜증을 내는 철부지다. 그리고 노처녀, 게다가 아버지를 잃는 아픔을 겪는다.
지난 2010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해 물으니 우리 아버지 역시 병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아빠 생각을 하다보면 감정 조절을 못할 것 같아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죠”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이어 강심이가 불효를 참 많이 했는데…저도 그렇죠 뭐, 후회스러운 게 참 많네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머쓱한 듯 살짝 웃었다.
떠올려 보면 제가 강심이었던 것 같아요. 아빠에게 무뚝뚝하고 말하는 걸 귀찮아하고. 딸들은 왜 그럴까요? 맏딸이라 유난히 그런 건지…‘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자꾸 강심이처럼 굴었어요. 애교도 없고 신경질만 부리고…그래서 유독 몰입이 잘 됐나 봐요.”
맑은 미소는 여전했지만 그녀의 웃음 어딘가 씁쓸함이 맴돌았다. 아버지와의 깊은 추억을 묻기가 괜시리 미안해져, 가벼운 농을 던지기로 마음을 바꿨다.
요즘 김상경씨의 ‘김현주 결혼시키기 공약이 연일 화제던데요?”라고 물으니, 그녀는 미치겠다”며 손 사례를 쳤다.
극중 김현주와 러브라인을 형성한 김상경은 앞서 ‘가족끼리 왜 이래 시청률이 40%를 돌파하면 김현주를 결혼 시키겠다고 유쾌한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이후 실제로 드라마가 40% 시청률을 거뜬히 넘기면서 그의 공약 실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김현주는 그놈의 결혼 공약 때문에 미치겠다”며 한 번 화제가 되고 나니 끊임없이 주변에서 물어본다. 실제로 2번 정도 다리를 놓으려고 시도했는데 1번은 내가 거절했고, 1번은 본인 선에서 커트했다”고 말했다.
(김상경이) 뭔가 되게 열심히 공들여 찾는 것 같긴 한데, 기본적으로 저는 소개팅이 싫어요. 상대방은 이미 저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색안경을 끼고 볼 텐데, 그 선입견을 뚫고 자연스럽게 알아간다는 게 좀 민망스럽고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
이에 언제가 됐든 그래도 결혼에 대한 생각은 있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솔직히 시시때때로 생각이 바뀐다”고 했다.
어쩔 땐 (결혼이) 막 하고 싶다가도 어쩔 땐 정말 하기 싫기도 해요. 주변에 아직 싱글 여배우들이 많아서 그런지 ‘나는 여유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나 봐요. 주변에서는 무조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긴 하는데,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아직까진 급하지 않은가 봐요.”
유쾌한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젠 정말 ‘베테랑 배우. 작품을 고르는데 이전보다 훨씬 까다롭고, 신중할 법도 했다. 차기작에 대해 물으니 정해지진 않았지만, 오래는 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어 예전과 변함없이 건강한 캐릭터, 공감 가는 이야기라면 주저 없이 선택한다”며 너무 자극적이거나 진부한 스토리를 지양하기 때문에 가족극에 대한 애정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작품을 보는 조건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저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진 것 같아요. 여배우가 나이가 들어가면 어쩔 수 없는 한계점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역할을 맡을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고 할까요? 이제는 어떤 역할도 제법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상황이 달라져 조금 아쉽죠. 엄마든, 아줌마든, 악역이든 크게 상관하지 않아요. 새로운 캐릭터, 안 해본 연기, 공감 가는 스토리라면 언제든 도전하고 싶어요. 이렇게 또 한참을 연기하며 살아가겠죠? 10년, 또 20년 후에도…”
한편, 김현주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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