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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해야 한다” MLB 촉진 규정에 대한 믿음
입력 2015-03-09 06:01  | 수정 2015-03-09 07:20
야구는 시간제한이 없는 스포츠다. 그런 야구에 초시계가 등장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주전 중견수 앙헬 파간이 타격 준비 도중 타석을 벗어났다. 그러자 마이크 무칠린스키 구심이 그에게 주의를 줬다. 파간은 다음 투구를 상대한 뒤 또 다시 타석을 벗어났다. 구심은 같은 주의를 반복했고, 파간은 두 팔을 벌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7일(한국시간)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 도중 벌어진 장면이다.
메이저리그가 경기 흐름 촉진을 목적으로 2015시즌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고 기존 규정을 강화한다. 이에 따라 타자는 특별한 경우(파울볼, 폭투, 헛스윙 등)를 제외하면 타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벌금을 받고, 최악의 경우 스트라이크를 받을 수도 있다.
이닝 교체, 투수 교체 시간에는 초시계가 작동된다. 지역 중계는 2분 25초, 전국 중계는 2분 45초의 시간이 적용된다. 타자는 5~20초 전에 타석에 들어서야 하며, 투수는 30초 전까지 워밍업 투구를 마치고 초시계가 끝나기 전 투구에 들어가야 한다.
투수와 타자도 이를 어기면 5월부터 벌금을 내게 된다. 벌금은 자선 재단에 기부될 예정이다.
선수들은 새로운 변화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도 의도는 이해하지만,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해오던 일이다”라며 새로운 규정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변화의 주체들은 굳건한 신념을 갖고 있다. 지난 8일 굿이어 볼파크에서 만난 톰 레파드 메이저리그 심판 감독관은 선수들이 불만이 있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타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타석 규정에 대해서도 타석에서 발을 완전히 못 빼게 한 것도 아니다. 파울볼, 파울 팁, 폭투, 공이 몸쪽으로 와서 피했을 때 등 예외 규정을 충분히 두고 있다”며 타자들이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한국 야구에서 타자가 타석에서 발을 빼면 자동으로 스트라이크가 선언되는 촉진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는 기자의 설명에 마이너리그에서도 지난해 그런 규정을 시범 도입했다. 지금은 실행되지 않지만, 심판의 지시를 상습적으로 불이행하는 선수는 보고서를 작성해 벌금이나 출전 정지의 징계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들과 달리 시간제한이 없는 스포츠다.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초시계를 도입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에 이들이 시도하는 변화는 파격적이다. 지난해 도입한 비디오 판독과 홈 충돌 방지 규정보다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변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메이저리그는 경기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경기 시간이 어느덧 3시간을 넘겨서 3시간 20분까지 늘어지기도 한다. TV 중계가 없던 시절 얘기지만, 과거 경기 기록을 보면 2시간 안에 끝나던 경기도 있었다”며 메이저리그 경기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시간이 계속 늘어나면, 팬들이 흥미를 잃고 야구를 안 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들이 돌아서는 프로스포츠는 존재 가치가 없다.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곧 메이저리그의 존재 가치를 위협한다는 것이 그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주장인 셈.
이는 역시 새로운 촉진 규정을 시행하고 있는 한국 야구에서도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경기 흐름 촉진에 있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많기 때문이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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