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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쎄시봉’ 김현석 감독 “가지각색의 관객 반응…쾌감 느낀다”
입력 2015-03-02 10:13  | 수정 2015-03-02 16:25
사진=곽혜미 기자
[MBN스타 박정선 기자] ‘시라노: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 이후 멜로 영화 중단을 선언했던 김현석 감독은 돌연 SF스릴러 ‘열한시를 선보였다. 그는 떠나봐야 소중한 걸 안다”면서 ‘열한시를 통해 다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런 그가 선택한 멜로는 1960년대 무교동을 주름잡은 쎄시봉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쎄시봉이었다. 4년 전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놀러와의 쎄시봉 특집에서부터 아이템을 얻고 시작됐다. ‘시라노 이후 멜로 영화를 찍지 않겠다던 김 감독이 멜로로 돌아온 이유도 궁금했다.

원래부터 쎄시봉의 노래를 좋아하긴 했어요. 사실 더 이상 멜로영화를 하고 싶지 않은 때였는데 ‘열한시를 찍으면서 멜로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쎄시봉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거죠.”


그렇게 따지면 ‘열한시는 김현석 감독에게 가장 아픈 작품이자, 멜로로 다시 돌아오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인 셈이다.

‘시라노는 20대 초반에 쓴 시나리오였어요. 그 나이니까 가능했던 시나리오죠. 근데 사실 그다지 만들고 싶던 영화는 아니었어요. 뭔가 거짓말이었던 것 같달 까요? 그래서 ‘열한시를 하게 됐는데 결과는….(웃음) 다른 길을 갔더니 원래 좋아하던 걸 하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결국 ‘열한시 덕에 ‘쎄시봉을 만나게 된 거죠.”

‘쎄시봉의 시작은 ‘웨딩케이크였다. 영화의 전반에 흐르는 정서가 ‘웨딩케이크에 담겼고, 가상의 인물 민자영(한효주 분)이라는 인물이 경쾌하면서도 슬픈 가사의 ‘웨딩케이크의 가사를 썼다는 설정으로 극을 이끌어갔다. ‘웨딩케이크뿐만 아니라 음악이 중요 소재로 이용되는 만큼 신경써야할 부분도 많았다.

정말 음악에 많은 힘을 쏟았어요. 우선 노래는 배우들이 직접 불렀는데, 정우와 강하늘, 조복래는 트리오로 화음 연습을 많이 했죠. 세 사람이 처음 화음을 맞추는 장면이 있었는데 굉장히 잘 나왔어요. 세 배우 모두 나이가 어린데 프로다운 면을 봤어요.

‘웨딩케이크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딜라일리 ‘웬더 세인츠 고 마칭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담배가게 아가씨 등 수많은 명곡들이 영화의 곳곳에 담긴 만큼 저작권료도 상당했을 거다.

영화음악저작권 사용료로 6억 원 가량을 썼어요. 전체 제작비의 약 10% 정도에 해당되는 액수죠. 번안곡이 많아서 팝송에 대한 저작권료가 엄청났죠. 모티브가 된 ‘웨딩 케이크나 트윈 폴리오의 데뷔곡 ‘하얀 손수건, 조영남의 데뷔곡 ‘딜라일라 등은 꼭 필요한 곡이어서 돈이 얼마가 되었든 쓸 수밖에 없었는데, 그 외 나머지 곡들은 제작비를 감안해 선택했죠.(웃음) 예를 들어 ‘백일몽이나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은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곡이었어요. 아무래도 팝송이 국내 곡들에 비해 저작권료가 비싼 부분이 있지만, 쓰고 싶은 곡은 원 없이 사용한 것 같아요.”

사진=곽혜미 기자

‘쎄시봉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실존인물인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등의 사이에 오근태(정우 분)와 민자영(한효주 분) 등의 가상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김현석 감독이 쎄시봉이라는 실제 문화에 가상 인물을 섞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있었다.

쎄시봉은 유명한 음악감상실이고 그때 활동했던 분들이 지금도 살아계시기에 팩트를 뒤집긴 힘들었어요. 그래서 가상의 인물을 내세우게 됐죠. 처음엔 실마리를 잘 못 찾았는데 가상인물을 내세우고, 이들이 어떻게 헤어졌을까를 고민하니 답이 나오더라고요. 사실 오근태는 ‘시라노와 ‘열한시를 함께 한 연출부의 이름이에요. 그 친구가 사랑의 열병을 앓는 모습을 보면서 ‘맞아, 나도 옛날에 저랬었는데했죠. 하하.”

오근태라는 가상인물이 눈길을 끈 것 단지 ‘가상이라서만은 아니었다. 20대 오근태에는 정우를, 40대 오근태로는 배우 김윤석을 캐스팅했다는 것. 그간 작품들을 통해 소위 ‘센 역할을 선보여 왔던 김윤석의 캐스팅은 그야 말로 의외였다.

20대에서 40대로 넘어갈 때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김윤석 선배님 캐스팅이 의외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그게 좋았어요. ‘20대의 순진한 오근태가 무슨 일을 겪었길래 눈빛이 저렇게 변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천하의 김윤석이 우는 구나라는 쾌감이 있었어요. 하하.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남을 울리기만 하던 사람이잖아요?(웃음)”

‘쎄시봉을 접한 관객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40·50대, 즉 그 시절을 살았던 관객들에게는 추억을, 그리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 시대 명곡들이 재조명되게 하기도 했다. 김현석 감독은 김윤석이 우는 모습에서 쾌감을 느꼈던 것처럼 관객들의 각기 다른 반응에서도 남들은 모를 쾌감을 느꼈다.

사실 영화를 만들 때 특정 세대를 겨냥해 제작하진 않았어요. 그러네 세대별로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현재 부분이 다소 무거워 신파 같다고도 하더라고요. 사실 전 신파가 아니라 순애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웃음) 사랑이라는 감정은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미세하게 다르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됐죠. 감독으로서도 이번 관객 반응이 흥미로워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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