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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돈 주고 먹는 속 시원한 욕의 맛…‘헬머니’
입력 2015-03-02 09:54 
기사에 담을 수조차 없는 욕들의 향연. ‘헬머니는 김수미 욕 연기 인생의 결정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화다. 한국 영화 특유의 억지 감동도 욕으로 승화시켜 묘한 정의감과 설득력까지 겸비했다.


[MBN스타 박정선 기자]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K팝스타 ‘위대한 탄생 등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시즌제 제작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최고의 욕 고수를 뽑는 서바이벌 오디션을 주요 소재로 삼은 영화 ‘헬머니가 등장했다.

노래, 연기 댄스, 요리 등 다양한 오디션에 맞설 소재는 바로 ‘욕이다. 총 상금 3억 원, 전국 예선을 통해 1:8000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참가자들이 서바이벌 매치 형식으로 진행되는 ‘욕의 맛 오디션에는 ‘지옥에서 온 헬머니가 참가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욕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고상함 따윈 없다. 대사의 절반은 리뷰에 인용할 수조차 없는 욕설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헬머니에서 다루는 욕은 상스럽고 거북하지만은 않다. 지하철에서 진상을 부리는 만취 승객에게, 아내를 무시하고 폭력을 일삼는 남편에게,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려는 정치범에게까지. 장소와 상대를 불문한 헬머니의 욕은 묘한 설득력과 정의감을 안기기까지 한다.

이렇게 느끼는 데는 김수미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욕도 있지만, 사람의 한을 풀어주고 살리는 욕도 있다”는 신한솔 감독의 말처럼 ‘헬머니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서 들을 수 있던 애정이 녹은 욕들을 김수미의 입을 통해 전달한다.

김수미는 혀끝에서 쏟아져 나오는 쉴 틈 없는 욕 퍼레이드를 통해 한층 더 강력한 ‘욕할매의 결정판을 선보이고 있다. 앞서 ‘가문의 영광 ‘마파도 시리즈를 시작으로 ‘육혈포 강도단 ‘위험한 상견례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화끈한 입담, 걸쭉한 욕설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그녀가 헬머니로 대놓고 관객들의 귀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욕을 빼면 알맹이 없는 그저 그런 영화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헬머니는 결코 가볍지 않은 웃음과 감동을 더했다. 국내 영화 특유의 신파로 흘러갔다면 ‘헬머니도 어쩔 수 없는 그런 영화가 됐을 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재미와 감동을 적절히 잡아내면서 기분 좋은 ‘욕의 맛을 보고 왔다는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극의 80%를 이끈 김수미 외에도 정만식, 김정태, 이태란, 정애연, 이영은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가 김수미의 욕 퍼레이드와 그 속에 숨겨진 스토리를 충실히 뒷받침한다. 오는 5일 개봉.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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