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퇴직연금 100조 시대, ELB 투자 늘린다
입력 2015-03-01 22:04 
지난해 누적 적립금 100조원을 돌파한 퇴직연금의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ELB는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3%대 확정 수익률을 제시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할 퇴직연금에 제격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1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ELB 투자 규모는 7조2668억원으로 2013년 말 대비 2조2738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퇴직연금 자산에서 ELB가 차지하는 비중도 6.8%로 1년 새 0.9%포인트 증가했다. 이 비중은 2012년 말 5.0%, 2013년 말 5.9%로 연평균 0.9%포인트씩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월간 ELS(ELB 포함) 발행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선 데는 퇴직연금 용도의 ELB 발행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ELB 투자를 늘리는 주요 주체는 증권사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ELB 적립액 중 약 80%인 5조7713억원을 증권사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에서 모두 증권사가 업권별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 것에 ELB가 주요 비결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퇴직연금 ELB는 대부분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사실상 연 3%대 확정 수익률을 제공한다. 상품 구조는 1년 만기 동안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이 1년 이내에 두 배 이상 오르면 연 3.001%, 그렇지 않아도 연 3% 수익을 지급하는 식이다. 증권사 가운데 계열사 물량을 제외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DB형 기준 ELB 평균 수익률이 3.16%였다.
박신규 미래에셋증권 연금전략팀장은 지난해 퇴직연금 상품에서 증권사 ELB가 은행 정기예금보다 0.4~0.5%포인트 정도 연간 수익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ELB는 회사마다 운용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주로 국·공채 등 안전한 채권에 분산투자하고,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일부 가미해 운용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되면서 채권금리도 낮아져 올해 들어 발행되는 ELB는 연 2.9~3.0% 수준으로 연간 수익률이 다소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은행 예금보다는 비교적 높은 수익률이 가능해 지속적으로 퇴직연금 상품으로서 활용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꼭 퇴직연금 상품이 아니어도 일반 재테크 목적으로 ELB처럼 안전하면서 초과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삼성증권이 이번달 5일까지 판매하는 ‘삼성 ELB 303회는 원금이 보장되면서 연 4.1%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재테크 시장에서 ELS 인기는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 전체 ELS 발행액은 6조65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9% 증가했다. 특히 지수형 ELS 발행액은 6조5589억원으로 전체 ELS 가운데 98.6%를 차지했다. 지수형 ELS 발행액은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66.8%나 늘어난 것이다.
2월 지수형 ELS의 평균 상환수익률은 공모 원금 비보장형 기준 6.1%를 기록했다. 안정적이면서도 은행 예금 대비 2배가 넘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반면 지난달 상환된 종목형 ELS의 평균 상환수익률은 공모 원금 비보장 상품 기준 -14.1%로 투자자 손실이 컸다. 사모 원금 비보장 상품도 평균 상환 수익률 -12.3%를 기록했다. 공·사모 합계 종목형 ELS 상환금액은 약 1300억원으로 원금 손실이 200억원가량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영식 신한금융투자 장외파생부(OTC) 부장은 종목형 ELS의 손실 위험이 큰 만큼 지수형 ELS 쏠림이 여전하고, 지수형 안에서도 조기상환 조건을 75% 내지 80%로 낮춰 안전성을 높인 ELS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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