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 모(40)씨는 얼마전 야근이 잦은 부서로 발령 받은 후 비타민C 섭취를 과감하게 늘렸다. 주위에서 비타민C가 피로해소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부터다. 시중에서 널리 팔리는 1000mg을 하루 3개 이상 먹었는데, 하루는 잠을 자다 칼로 찔리는 듯한 통증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요로결석때문이었다. 체외충격파쇄술을 실시해 이 씨 소변과 결석 추출 성분을 분석해 본 의사는 "당장 비타민C 복용을 멈추라”고 권고했다.
또 다시 비타민C 과다섭취 논란이 일고 있다. 감기예방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무턱대고 많이 먹다가는 설사, 신장결석 등 심각한 부작용에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다시 나왔다.
1일 박현아 인제대학교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감기와 비타민C-오래된 논쟁'이라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리포트를 통해 "마라토너, 스키선수 등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하는 사람을 빼고 일반인에게는 감기 예방 효과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일년 내내 고용량 비타민C를 복용하는 번거로움과 비용을 저울질해보면 감기 예방과 치료를 위해 비타민C 복용을 권장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04년 29개 관련 연구와 하루에 200㎎ 이상 비타민C를 복용한 1만1077명을 분석한 메타 분석 결과, 일반인에게는 감기 예방 효과가 없었지만 마라토너, 스키 선수와 같은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감기를 50% 정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마다 다른 감기 예방 효과와 달리 비타민C는 감기에 걸리는 기간(이환기간)을 성인은 8%, 소아는 14%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환기간 감소 효과도 평소 비타민C를 꾸준히 먹는 경우에만 나타나며 감기에 걸리고 난 후 먹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메타 분석에서 나타난 이환기간 감소 수치를 이환일수로 환산하면 성인은 1년 평균 12일 감기로 아플 것을 11일로 줄여주고 소아는 28일을 24일로 줄여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감기로 아픈 기간을 성인은 하루, 소아는 나흘 줄여주기 위해 일년 내내 고용량 비타민C를 복용하는 번거로움과 비용을 저울질해보면 감기 예방과 치료를 위해 비타민C 복용을 권장할 수준은 아니라는게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비타민C는 1970년 노벨 화학상·평화상 수상자인 미국 리누스 풀링 교수가 "고용량 비타민C를 먹는 것만으로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돼 왔다. 풀링 교수가 말하는 고용량 기준은 하루 3~18g 수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비타민C 하루 권장량이 100mg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최고 180배에 달하는 셈이다. 서울대 이왕재 교수 등 일부 학자들이 "고용량 비타민C 섭취가 항암 기능도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최근 고용량 비타민C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려은단에 이어 유한양행, 일양약품 등 제약사들도 일반의약품으로 비타민C를 판매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들 업체들이 고용량 비타민C에 대한 부작용을 간과한 채 과다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일부 제약사의 경우 비타민 광고에'면역방패, 성인병예방, 노인성질환 예방'등 문구를 사용하다가 식약처에 적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러나 비타민C 과다섭취가 구토, 설사, 신장결석, 통풍, 혈액순환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차가 심해 어떤 사람은 하루 500mg만 복용해도 설사와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고용량을 복용하다 중단하면 금단증상으로 괴혈병(비타민C 결핍증의 하나로 잇몸 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
박 교수는 "비타민C가 강력한 항산화작용으로 산화스트레스를 줄여주지만 한국인의 비타민 C의 하루 권장량은 100mg이므로 비타민C를 그램 단위로 복용하면 권장량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를 먹게 되는 셈”이라며 "과다 복용할 경우 메스꺼움, 복부팽만 등이 나타 날 수 있고 몸에 축적되면 신장결석을 만들 수도 있어 위장장애가 있거나 신장결석의 병력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동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