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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 김치 논란, 정말 문제일까
입력 2015-02-27 10:52 
[MBN스타 정예인 기자] 최근 영화 ‘버드맨 속 대사 한 줄이 인터넷상을 시끄럽게 했다. 김치 관련 대사가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이라는 골자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버드맨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극중 엠마 스톤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꽃집에서 한 ‘온통 김치냄새 투성이야(It all smells like fucking kimchi)라는 대사가 논란이 됐다.

문제 제기 후 ‘한국인 비하 발언이다는 주장과 ‘김치 대사는 그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이라 주장하는 쪽에선 한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차용했다고 지적했고, 반대쪽에선 극중 엠마 스톤이 문제적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일 뿐 한국인 비하 의도는 과장이라고 맞섰다.


양쪽 주장 모두 일리 있는 것 같지만, ‘버드맨의 감독이 그럴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한국인을 비하한 것은 사실이라는 주장은 억지스럽다. 이는 앞뒤 문맥을 모두 생략한 하나의 문장만 가지고 논하고 있으며, 그것마저도 듣는 입장에서만 해석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영화를 보지 못한 다른 사람마저 오해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가령 ‘버드맨에는 춤추는 난쟁이”(장애인 비하), 정말 노숙자의 거기를 핥은 여자 같네”(여성 비하), 술 마시고 일어난 다음 날엔 얼굴이 몽골인 같지”(동양인 비하) 같은 문장들이 등장한다. 이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민족·종교·성차별 등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 사라진 문장이다.

그렇다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왜 이런 대사를 사용했을까. ‘버드맨의 장르적 특성에 해답이 있다. ‘버드맨은 블랙코미디 장르답게 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을 제시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주인공들의 행동, 발언은 작품의 흐름이 상식 밖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제시한다.

극중 엠마 스톤은 재활원에서 갓 퇴원한 약물 중독자 샘 역을 맡았다. 샘은 분노조절에 문제가 있는 신경질적 캐릭터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리건(마이클 키튼 분)에게 아빠는 존재가 없다. 이 연극을 하는 건 밑바닥 인생이 될까 두려워서 아니냐. 이 연극도 아빠도 중요하지 않다. 그걸 받아들여라”고 욕설을 섞어가며 악을 쓰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물건을 파는 사람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김치를 거론하며 소리 질렀다. 사실 극중에 샘이 방문한 꽃집이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언급은 전연 없다. 때문에 샘이 제대로 알고 한 말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래서 영화사는 극 중 신경질적인 딸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등장한 대사일 뿐, 특정 나라나 문화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물론 ‘버드맨 속의 ‘김치가 인종차별적 용어로 차용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때문에 김치를 한국인의 소울푸드라는 인지 없이 사용한 ‘버드맨 제작진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것도 이해가능하다. 그러나 대중문화 속에 담긴 여러 차별을 돌이켜봤을 때, ‘김치 논란이 이토록 거센 바람을 몰고 오는 것은 당연한 지에 대해선 다시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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