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가 2년 이상 원청업체에서 근무했다면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재확인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사내 하청이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른바 '위장 도급(근로자 파견 계약)'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도 제시했다.
26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현대차 아산공장의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로 근무하다 해고당한 김 모씨(42)등 7명에 대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2년 이상 근무자 4명이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현대차 사건과 유사 쟁점을 다투는 남해화학 해고 근로자 3명에 대해서도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도급인이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업무수행에 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도급인 소속 근로자와 함께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지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근무 관리에 대한 권한을 누가 행사하는지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도급인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는지 등의 기준을 제시하며 현대차(수급인)이 사내 협력업체(도급인)과 불법 파견 계약을 맺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김씨 등 4명은 사내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차의 작업 현장에 파견돼 현대차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파견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김씨 등이 현대차에 파견된 날로부터 2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는 (현대차) 직접 고용으로 간주되므로 이들이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모든 '사내 도급 = 근로자 파견'의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며 "위 같은 법리 기준으로 개별 사건마다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오 모씨(36) 등 해고된 KTX 여승무원 34명에 대해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의 직접 근로 관계가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고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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