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남산 공중보행데크 잇는다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끊긴 세운상가 가동~대림상가 구간 공중보행교가 부활해 청계천에서 엘리베이터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동서 청계천 축과 종묘~남산을 잇는 남북 세운상가 축이 연결되는 것이다. 공중보행로를 따라서는 곳곳에 문화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을 도입해 일대를 사람이 모이고 상권이 성장하는 새로운 도심 관광명소로 조성한다.
서울시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세운상가 활성화(재생)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공중보행교와 일대 마스터플랜을 구체화할 국내외 전문가 대상 국제공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세운상가 일대를 전면 개발 방식 대신 존치 및 개별 개발하기로 방향을 전환한 후 나온 첫 청사진이다.
1960년대 국내 최초 주상복합 건물이자 국내 유일한 종합 가전제품 상가로 건립된 세운상가는 1970년대에는 ‘세운상가에선 미사일·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1980~1990년대 강남 용산 등 대규모 개발에 따른 도심 기능 이전으로 상권이 침체됐다.
이후 2009년에는 ‘세운 녹지축 조성사업에 따라 전면 철거가 계획돼 한 차례 인근이 들썩였지만 경기 침체, 산업생태계 교란 등을 이유로 지난해 3월 존치로 결정되면서 서울시가 내놓을 재생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왔다.

서울시가 내놓은 재생 방안은 ‘침술요법이다. 전면 철거가 아닌 활력 지점을 찾아 침을 놓아 지역을 살리겠다는 것으로 민간 소유인 상가 건물을 그대로 두되 공공 소유인 세운상가군 공중보행로 연결·활성화 프로그램 운영에 시 재정을 투입해 인근 지역을 활성화시킬 마중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종로~퇴계로까지 8~17층 높이 건물 8개 ‘현대상가(현재 세운초록띠공원)-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삼풍상가-풍전호텔-신성상가-진양상가가 늘어선 세운상가군은 기존에 3층 높이 보행데크로 모두 연결돼 있었지만 청계천 복원으로 세운상가 가동~대림상가 구간이 끊어지고 나머지 구간도 노후화가 심했다. 이를 살리기 위해 시는 우선 1단계 구간으로 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 구간을 설정했다. 세운초록띠공원을 문화복합공간으로 조성하고 세운상가 가동~대림상가 구간에 공중보행교를 다시 살려 나머지 공중보행로까지 연결·개선하는 데 예산 386억원을 배정했다.
오는 5월 공모를 마쳐 11월 착공하고 내년 12월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삼풍상가~진양상가는 2단계 구간으로 설정해 주민 의견 수렴 후 2017년부터 재생에 착수한다.

시는 또 이렇게 확보된 공간에 시민과 관광객이 모일 수 있도록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빛초롱축제 등 서울시 기존 프로그램과 연계하거나 박물관 형태 전시도 기획된다. 기존 산업(제조업)을 고도화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 산업 붐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세운상가군에 발생하는 공실을 활용해 창업 지원 거점 공간을 마련해 주변 지역 산업을 활성화시킬 촉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상가군 양쪽에서 민간이 개별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도 건축 인허가 시 도심 산업 유지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대신 건물이나 토지를 확보해 도심 산업 지원센터, 중소 규모 공방과 작업실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관건은 공중보행교 개선 후 사람을 끌어들일 앵커 시설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다. 길만 뚫는다고 사람이 몰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원 도시재생본부장은 공공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마중물 사업에 우선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계기로 민간에서 자발적인 욕구와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활성화 프로그램 내용과 시설은 민간 전문가들과 주민 의견을 수렴해 구체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보행로로 세운상가군 상권이 활기를 띠면 바로 옆에 맞닿은 재정비촉진구역 개발과 맞물려 인근 지역 재생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운상가군 양쪽으로는 종로구부터 중구까지 세운재정비촉진구역이 펼쳐져 있다. 4구역은 시행사인 SH공사가 사업성을 검토 중이고 중구에 속한 3-4, 3-5, 3-6, 3-7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계획안은 지난해 12월 구청 건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승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