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면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몰려오는 육체적 고단함과 스트레스 때문에 명절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 운전자들도 장시간 운전으로 허리나 목의 통증, 두통, 몸살 등에 시달리고 과음이나 과식으로 소화불량에 걸리기도 한다. 사람뿐 아니라 자동차도 명절증후군 때문에 고생한다. 온 가족이 한 대의 차로 다녀왔다면 명절증후군은 심해진다.
평소와 달리 많은 사람을 태운 데다 선물 꾸러미도 가득 실어 무거워진 상황에서 장시간 동안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추위, 눈비, 염화칼슘, 비포장도로 등에도 시달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 연휴가 끝난 뒤에는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등의 방법으로 자동차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고 봄맞이 단장에 나서야 고장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명절증후군을 씻어내고 새봄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맞이할 수 있는 자동차 건강관리 10계명을 소개한다.
◇ 셀프 세차
설 연휴 동안 눈비, 황사 등으로 오염된 차체를 닦아내려면 자동세차장보다는 셀프세차장을 이용하는 게 낫다. 세차는 그늘에서 해야 한다. 햇볕 아래에서 세차하면 물방울이 볼록렌즈 작용을 해 차체 표면이 변색될 수 있어서다.
겉만 아니라 제설용 영화칼슘, 바닷가의 염분, 온천지역의 유황성분으로 시련을 겪은 차체 밑바닥과 휠하우스(바퀴집)도 깨끗이 씻어줘야 부식을 막을 수 있다. 실내 매트는 꺼내서 잘 말려야 퀴퀴한 냄새로 고생하지 않고 오랫동안 쓸 수 있다.
세제를 이용한 세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실시하고 중간 중간에 세제 없이 물세차를 해준다.
◇ 악취 제거
목욕을 한 뒤 일광욕까지 한다면 자동차는 물론 운전자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겨우내 창문을 닫고 히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차 안에서 묵은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음식물 냄새도 배어있을 수 있다.
날씨 좋은 날 매트를 걷어내고 트렁크도 열어 햇볕에 말리고 압축공기 청소기로 구석구석 불어줘야 한다. 퀴퀴한 냄새가 실내에서 많이 난다면 악취 제거제를 사용하거나 사과 1~2개를 듬성듬성 썰어 곳곳에 놓아둔다. 사과가 악취를 흡수해 상쾌한 기분으로 운전할 수 있다.
◇ 등화장치 점검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봄에는 뒷모습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전조등, 방향지시등 등 차 앞에 달린 등화장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제동이나 후진할 때 사용하는 뒷부분 등화장치는 눈으로 이상여부를 알기 힘들어 고장이 나도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 후미등이 고장나면 추돌사고를 당할 수 있는데, 안개가 자욱할 때는 더욱 위험해진다.
갑자기 램프가 양쪽 모두 꺼진다면 퓨즈가 끊어졌을 수 있다. 한쪽만 꺼진다면 전구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차체 진동에 따라 전조등 밝기가 달라지면 배선에 접촉 불량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방향지시등이 깜빡거리지 않는다면 릴레이란 부품이 고장난 것이고 한쪽만 점멸 속도가 빨라졌다면 전구에 단선이 생겼다는 신호다.
◇ 황사 대비
황사는 사람뿐 아니라 자동차에도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황사 피해를 줄이려면 수시로 보닛을 열어 에어클리너 필터에 낀 먼지와 각종 장치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게 좋다. 정비업체나 세차장 등지에서 보닛을 연 뒤 압축공기 청소기로 에어클리너 필터 등 각종 장치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엔진 연소실로 들어가는 공기를 깨끗이 걸러주고 이물질 유입을 차단하는 공기청정기가 먼지 등으로 오염되면 흡입저항이 발생해 출력이 낮아지고 연료도 많이 소모된다. 심할 경우 엔진이 손상될 수도 있다.
이럴 땐 차 내부로 미세먼지와 유해가스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에어필터를 평소보다 빨리 교체하는 게 좋다. 요즘 나오는 에어필터는 먼지만 잡는 기존 제품과 달리 세균까지 제거해줘 호흡기 질환을 좀 더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 타이어 확인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게 공기압이다. 공기압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감소한다. 겨울에는 타이어 수축현상이 자주 발생해 공기압 감소 속도가 빨라진다. 따라서 겨울 동안 타이어를 점검하지 않았다면 바람 빠진 공처럼 됐을 가능성이 높다.
적정 공기압보다 30% 이상 낮으면 스탠딩웨이브(고속주행 때 타이어가 찌그러지면서 터지는 현상)가 발생한다. 노면과 접지력이 떨어져 제동 및 조향 성능도 저하된다. 연료도 더 소모된다. 공기압이 적정한 지는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정비업체에 들러 점검해야 한다.
타이어 표면에 이물질이 박혀 있는 지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작은 못이나 날카로운 유리 조각, 자갈 등 이물질이 박혀 있다면 공기가 빠져나가 제동 및 조향 성능이 떨어진다.
◇ 쏠림·잡음 파악
비포장도로를 달린 뒤 쏠리거나 한쪽으로 기우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정비업체에서 휠 얼라인먼트를 점검해야 한다. 또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이 크거나 급정거 또는 급출발 때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서스펜션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니 살펴봐야 한다.
주행 중 잡음이 들리고 진동이 크다면 각 부위 완충고무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완충고무는 보디와 각 부품의 연결부위에서 진동과 충격을 흡수한다. 수명이 긴 부품이지만 비포장길이나 충돌사고 뒤 변형되는 수가 있다.
연결부위 볼트도 살펴봐야 한다. 산악지역이나 비포장길에서 운행했다면 볼트가 다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오일류 보충·교체
겨울에는 워밍업과 급격한 기온 변화로 엔진오일 점도가 많이 떨어진다. 점도가 낮다면 깨끗한 엔진오일로 갈아준다. 엔진 성능이 개선되면 힘부터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엔진오일이 부족할 경우 보충하거나 교체하고, 오일필터가 풀렸거나 오일이 새는 것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색깔과 점도 상태, 이물질 혼입 여부 등을 고려해 교환 여부를 결정한다.
엔진세정제품을 사용해 엔진 속 때도 없애주는 게 좋다. 엔진오일라인과 연료라인은 별도이기 때문에 엔진오일 교환과 함께 연료라인을 통한 엔진 속 때도 제거해줘야 엔진의 출력이나 연비를 높일 수 있고 매연이나 소음도 줄일 수 있다.
◇ 에어컨 상태 확인
겨울에는 쓰지 않았던 에어컨도 점검해야 할 때다. 1~2분씩 워밍업을 시켜주면 된다. 찬바람이 나오지 않으면 정비업체에 들러 에어컨 벨트와 에어컨 가스 누출 여부를 검사한다.
에어컨을 켰을 때 곰팡이 냄새가 많이 난다면 곰팡이 제거제품이나 살균용품을 구입해 뿌려준다. 겨자를 물에 혼합해 가속 페달 옆 공기흡입구와 송풍구에 천천히 뿌려주면서 송풍기를 3~4단으로 틀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 와이퍼 점검
와이퍼의 고무패킹은 한파와 눈비에 약하다. 와이퍼를 작동할 때 잡소리가 심하거나 깨끗하게 닦이지 않는다면 새 것으로 교체해야 시야를 확보해 안전 운전할 수 있다. 와이퍼를 작동했을 때 ‘삐익 소리가 난다면 수명이 다했다는 뜻이므로 교체해줘야 한다.
성능이 떨어진 와이퍼를 계속 사용하면 유리가 손상돼 유리 전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와이퍼가 뻑뻑하게 움직일 경우 작동 부분에 오일을 주입하면 부드럽게 움직인다.
◇ 트렁크 청소
사람처럼 자동차도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다이어트는 트렁크를 비우는 것으로 사람으로 치자면 ‘숙변을 제거하는 셈이다. 숙변으로 가득 차 무거워진 차는 기름을 많이 먹게 된다.
타이어도 빨리 닳는다.
트렁크를 차지하고 있는 겨울용품과 온갖 잡동사니 등 안전과 관계없는 물품은 치워둔다. 스노 체인 등 녹슬기 쉬운 용품은 방청제를 뿌려 비닐봉지에 밀봉해 보관해둬야 오래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