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큐 사진의 거장 살가두의 삶과 예술을 스크린에 담다
입력 2015-02-22 14:33 

예술인의 숭고한 삶을 스크린에 조명해온 빔 벤더스 감독이 이번엔 다큐 사진의 거장 세바스치앙 살가두(71)에게로 카메라를 돌렸다. 90살이 넘어도 음악의 혼을 불태운 뮤지션('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무용 역사를 바꾼 천재 무용가 피나 바우쉬('피나')의 삶을 조명한 그는 '예술가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사진의 세계를 택했다. 25년전 처음 한 갤러리에서 살가두의 작품을 접한 그는 "인류애가 녹아있는 사진”을 잊을 수 없었다. 벤더스 감독은 살가두와 동행하면서 그의 삶과 사진 세계를 담았다. 살가두는 세상을, 벤더스 감독은 카메라를 든 살가두를 찍었다.
사진과 영화. 형제같은 매체를 들고 교류한 두 거장의 이야기 '제네시스' 가 오는 26일 개봉한다. 부제는 '세상의 소금'이다. 살가두가 2004년부터 8년간 120여개 나라를 돌며 자연의 숭고함을 포착한 기획전 '제네시스 전'과 맞닿아있다. 살가두는 가혹한 날씨와 모진 환경을 이겨낸 인류 문명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세상의 소금은 결국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영화는 한편의 기획전을 보는 듯하다. 흑백의 사진과 살가두의 고백이 느린 유속으로 흘러간다. 시린 알래스카 대륙의 흰 곰, 고산지대의 헐벗은 부족 등 문명의 때를 안 탄 이질적 존재들이 마음속에 또렷하게 인각된다. 화면을 가득 덮은 울창한 숲, 원시 부족 여인의 흙 묻은 발, 눈동자를 잃은 여인의 슬픈 표정…. 별 생각 없이 들여다보던 화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지구의 경이로움 때문이다.
살가두는 1999년 고향이 브라질로 돌아와 농장에서 나무 심기 운동을 시작하다 '제네시스'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농장에 250만 그루를 심은 그는 자연과 더 밀착하기 위해 창세기 그대로의 흔적을 찾아 지구를 떠돌았다. 알래스카 고산을 오르면서 그는 "더 큰 자연의 일부”임을 느낀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는 것이라고 자연은 말하고 있었다. 지구를 존중하는 것은 역사를 되새기는 것이었다.

40년간 쌓아올린 거장의 예술혼은 또다른 울림을 준다. 프랑스에서 농업경제학 박사 학위를 따고 국제커피기구에 근무하던 그는 아프리카 출장을 갔다가 영감을 얻어 29살에 프리랜서 사진 작가로 전업했다. 이후 '다른 아메리카', '인간의 손', '엑소더스' 등 목소리를 잃어버린 생명들이 그의 카메라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냇다. 그는 모든 피사체의 존엄성과 인격을 존중한다. 카메라에 담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지내며 공감하려고 한다. 그를 경계하는 원주민들이 집 밖 바닥에 잠을 재워도 며칠이고 수긍한다.
"사진의 힘은 찰나의 순간에서 나오고, 피사체가 사진을 만들어요. 존중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피사체에 집중하고 이해한 것을 사진에 담아내야 합니다.”
거장의 철학은 형형한 눈빛만큼 함께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벤더스 감독이 25년전 그의 작품에서 발견한 '따뜻함'은 틀리지 않았다. 영화는 초로의 사진작가를 비추지만, 스크린엔 태고의 지구가 펼쳐진다. 올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노미네이트 작품.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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