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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열풍 ②] 연애 판타지 겨냥한 다중인격…안방극장을 뒤흔들다
입력 2015-02-19 07:38 
[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의 인기는 점점 뜨거워지는 추세다. 수목극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와 시청률 차이는 무려 두 배 가량 난다.

‘킬미, 힐미나 ‘하이드 지킬, 나 모두 해리성정체감장애(다중인격)를 앓고 있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사랑에 빠진다는 중심소재는 동일하나, 결과는 상이하게 다르다. ‘킬미, 힐미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기에, ‘하이드 지킬, 나를 압도하고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일까.

‘킬미, 힐미의 열풍 뒤에는 바로 배우 지성의 연기가 있다. 물론 ‘하이드 지킬, 나에서 까칠한 재벌남 구서진과 로맨틱한 영웅 로빈을 표현하는 현빈의 연기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코믹과 진지라는 양극화를 넘나들며 7인의 인격 모두 팬덤을 형성하는데 성공한 지성에 대적하기에는 극중 캐릭터가 가지는 힘과 매력이 부족하다.

데뷔 16년차에 접어든 지성은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연기실력을 인정받아 왔던 배우다. 폭발적인 팬덤을 자랑했던 배우는 아니지만, 모범생과 같은 성실함으로 맡겨진 배역들을 모자람 없이 소화해내며 안방극증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었다. 그랬던 지성이 ‘킬미, 힐미 속 7인의 인격을 가진 차도현 역을 작정한 듯 연기하면서 분명 한 인물이 연기하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듯 신선한 재미를 전해주고 있다.

현빈에 대한 열광도 독으로 돌아왔다. 방송에 앞서 배우들의 출연 고사가 이어졌던 ‘킬미, 힐미의 경우 캐스팅 난항으로 곤혹을 겪었던 작품이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킬미, 힐미는 스타성이 아닌 연기가 되는 배우 지성과 황정음을 선택했고, 앞선 논란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기대가 적었던 만큼 이는 호평으로 작용했다. 반면 ‘하이드 지킬, 나는 현빈이 군 제대 이후 1년 만에 선택한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었다. 전작인 ‘시크릿 가든으로 흥행보증 수표로 떠올랐던 현빈인데다, ‘킬미, 힐미의 캐스팅 제안을 고사하고 선택한 작품인 만큼, 그에 대한 기대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차도현(지성 분)의 학대받은 과거를 기반으로 미스테리 스릴러에서 액션, 로맨틱 코미디, 멜로, 코믹 등 복합장르 드라마의 재미를 선사하는 ‘킬미, 힐미에 반해 ‘하이드 지킬, 나는 남녀 주인공의 멜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무엇보다 차후 전개예측이 힘든 만큼 다음화가 기다려지는 ‘킬미, 힐미와 달리 ‘하이드 지킬, 나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킬미, 힐미의 또 다른 인기요소는 바로 ‘병맛코드(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 유머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극중 신세기의 명대사인 나에게 함부로 하는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기억해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간” 등과 같이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대사는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오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넥타이를 매기 싫다며 오리진(황저음 분)과 랩배틀을 벌이는 신세기라든지, 뽕짝을 들으며 춤을 추는 페리박, 시끄러 이 지지배야”로 시작해 현물” 우리 오빠들 앞에서 이러지 말자” 등 여고생들의 심리를 살린 요나의 모습은 ‘킬미, 힐미 특유의 유머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단순하게 웃기다고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킬미, 힐미에는 여성의 판타지를 정확하게 겨냥하는 로맨스가 존재한다. 차도현과 오리진의 러브스토리가 기존 트렌디 드라마 속 재벌 3세와 여주인공의 로맨스 명맥을 잇고 있다면, 신세기와 오리진의 러브스토리는 여성들의 ‘나쁜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고 있다. 분명 ‘극과 극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두 명의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데, 실제로는 한 사람이라서 ‘어장관리녀라는 불명예를 얻을 필요도 없다. 여러 사람에게는 사랑을 받지만,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러브 판타지를 실현시키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다.

극중 여자주인공의 이미지 변신 역시 작품의 인기여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비밀 ‘끝없는 사랑을 통해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살아왔던 황정음은 ‘킬미, 힐미를 통해 자신의 장기인 코믹연기로 복귀했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황정음은 차도현의 비밀주치의 오리진으로 분해 애교와 조련, 진지한 연기 등을 소화하며 지성과의 케미를 최고조로 이끌어 내고 있다. 반면 ‘하이드 지킬, 나의 장하나로 연기 중인 한지민은 그저 예쁘다. 그저 발랄하고 밝을 뿐이다. 현빈과 외모적인 케미는 나쁘지 않지만,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멜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아쉬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하이드 지킬, 나의 원작 웹툰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충호 작가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킬미, 힐미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은 ‘하이드 지킬, 나의 여론약화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하이드 지킬, 나에게는 독으로, ‘킬미, 힐미에는 도리어 약으로 작용했다.

두 드라마 모두 중반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초반 승기를 잡는데 실패할 뿐 아니라 운까지 없었던 ‘하이드 지킬, 나와 안방극장의 마음을 점령하는 데 성공한 ‘킬미, 힐미 간 경쟁은 당분간 계속 이어진다. 이들의 엇갈린 희비는 종영의 순간까지 계속 이어질까.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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