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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토토가 열풍’ 90년대 음악의 메카 ‘밤과 음악사이’ 직접 가보니…
입력 2015-02-18 11:55  | 수정 2015-02-18 12:52

‘소주‧맥주‧막걸리를 마실 수 있지만 포장마차는 아닌 나이트도 아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밤과 음악사이.
1980~1990년대 가요가 흘러나오는 공간 ‘밤과 음악사이(이하 밤사) 출입구에는 이 같은 문구가 붙어있다. 술을 마시는 포장마차, 헌팅을 목적으로 하는 나이트, 음악과 춤을 즐기는 클럽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밤사는 전에 없던 색다른 콘셉트로 인기를 얻으며 2006년 한남동에 1호점을 낸 이후 현재까지 전국에 20여 개 매장을 열었고 지난해 연매출은 240억 원대에 달했다.
밤사가 생긴 이후 ‘별이 빛나는 밤에 ‘88 젊음의 행진 등 소위 아류들도 속속 생겨났다. 이 정도면 밤사가 8090 유흥문화 시장을 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방영된 이후 90년대 음악이 열풍이 불면서 밤사는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이런 이슈가 아니더라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렇다면 올해 10년차를 맞는 밤사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답을 찾기 위해 지난 14일에서 15일로 넘어가는 날 밤, 밤사 강남점을 직접 방문했다.

◆ 연령‧스펙‧국적 앞에 평등
안에 들어가 보니 20대부터 40대까지의 연령대가 한 데 모여 춤을 추고 흥겹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그들은 노래 가사는 못 알아듣는 듯 했지만 ‘밤사 인증샷을 남기며 즐거워했다.
밤사는 ‘유흥 좀 안다는 직장인들의 메카처럼 여겨져 왔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추억에 젖을 수 있는 8090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다 가격 부담 없이 놀 수 있어서다.
실제 밤사는 어린(?) 입장객을 받지 않는다. 96년생 이상이면 일반 클럽에 입장 가능하지만 밤사는 92년생 이상부터 들어갈 수 있다. 또 타 클럽처럼 수십~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술과 안주만 시키면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직장인 김모씨(30세‧남)는 밤사는 편한 공간”이라며 다른 클럽들은 복장 제한이 엄격한 편인데 밤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칵테일을 비롯해 샴페인, 위스키, 보드카와 같은 종류의 술이 아닌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주와 맥주를 마시며 놀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이날 혼자 ‘무아지경 댄스를 추는 20대 여성을 봤고 초등학교 부부동반 동창회 차 모였다가 술 한 잔 하기 위해 밤사를 찾은 40대들도 만났다.

◆ 남녀 만남의 장
두 분이서 오셨어요?” 남자친구는 있어요?” 같이 술 한 잔 하실래요?”
남녀가 모이는 곳이기에 어김없이 이 같은 질문들이 오고 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곳곳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검색창에 밤사를 치면 2만3000건이 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데 그 중 남녀 관계에 대한 얘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밤사하면 ‘만남의 장이라는 부분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주변에서 밤사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교육업에 종사하는 박모씨(31세‧남)는 밤사에서 만난 한 살 연상의 여성과 진지하게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화가 잘 통하는 걸 느꼈다”며 밤사를 하나의 문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서 만났다고 상대방에게 편견을 갖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연을 만날 수도 있지만 밤사는 워낙 알려진 곳이라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이모씨(26세‧여)는 전에 썸타던 남자가 신나는 곳이 있다며 밤사를 데려갔는데 거기서 전 남자친구를 딱 마주쳤다”며 그 순간 셋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얼른 자리를 피하고만 싶었다”고 전했다.

◆ 8090 문화의 뿌리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에서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는 강모씨(33세‧남)는 이런 곳에 다녀야 트렌드를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밤사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밤사는 8090 문화를 재생산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밤사에 가보니 30~40대뿐만 아니라 20대도 90년대 감성을 좋아한다는 점을 깨닫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시리즈를 만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밤사에서 파생된 공연들도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광장동에 위치한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워커힐씨어터에서는 ‘2014 썸머 밤사파티가 열렸다. 이 파티에는 DJ DOC, 쿨, DJ KOO(구준엽), 김현정, 코요태, 황규영, 하이디 등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가수들이 출연했고 3500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또 지난해 12월 가수 싸이는 콘서트에서 밤사를 패러디한 ‘땀과 음악사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 박진영 ‘날 떠나지마, 김건모 ‘잘못된 만남, 이정현 ‘와 등의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 밤사 인기비결은 바로…”
김진호 밤사 대표는 밤사를 만들면서 세웠던 초기 방침을 지키는 게 꾸준한 인기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돈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나 차별 없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밤사에서는 돈이 많다고 대접받지도 돈이 없다고 무시당하지도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10년 간 가격을 동결했고 입장료도 강남점을 제외하곤 거의 받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연령 제한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을 통해 추억을 나누고 싶었다”며 90년대 당시 음악을 몸소 체험했던 나이대 위주로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래 선곡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DJ, 음반사 대표 등의 경력으로 인해 음악에 조예가 깊은 김 대표는 밤사에서 나오는 음악 목록들을 수시로 관리하고 있다”며 노래를 선택하고 흐름에 맞게 트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김지혜 기자‧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윤바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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