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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갑 공공기관 공기연장 횡포 막는다
입력 2015-02-15 18:23 
국토교통부, 철도시설공단 등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하도급 업체인 건설사의 공사 비용을 떼먹었다가 결국 소송에 져서 거액의 배상금을 토해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5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 1~4공구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 등 국내 12개 건설사들은 지난해 11월 발주처인 서울시를 상대로 한 공사기간 연장 추가 비용 배상 항소심에서 전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건설사 측에 141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구간, 오리~수원 복선전철 6공구, 전라선 전차로, 굴포천 방수로, 거금도 연도교 공사 역시 건설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전에 휘말렸다. 현재까진 1심에서 건설사들이 국토교통부 익산청, 수자원공사, 철도시설공단 등 정부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모두 이겼다.
정부 예산 부족, 민원, 용지 보상 지연 등 발주기관 사정으로 인해 공사 착공이 지연되거나 공사가 중단될 경우에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발주기관은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을 실비로 정산해 계약금액을 조정해줘야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은 추가 공사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게 오랜 관행이었다. 공사기간 연장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공공기관은 건설사에 이를 떠넘기고, 건설사들은 결국 공사기간 단축과 값싼 자재로 대체하는 부실 공사로 이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공사기간이 2년이 넘는 장기 계속공사의 경우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이 한 해 4939억~615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5000억원이 넘는 돈을 정부가 매년 떼먹고 있는 셈이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15일 발주기관에서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면 다음 공사를 따야 하는 업체 입장에선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부족한 공사비는 결국 공공시설 품질 저하와 건설업계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계약법 하위 법령인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르면 공사 착공 후 공사기간이 연장돼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해당 공공기관에서 기획재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이 같은 조정협의가 말로는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손톱 밑 가시처럼 실행 단계에선 매우 어렵다. 그나마 도로공사가 추가 공사 비용을 건설사에 지급하겠다면서 기획재정부에 조정협의를 신청한 사례가 2012년에 단 한 차례 있었지만 정부에선 예산 증가를 이유로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예산 편성권을 쥔 기재부 공무원들이 ‘갑 중 갑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예산을 더 달라는 협의를 해달라고 기재부 측에 말 자체를 꺼내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2013년 6월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통해 발주기관 잘못으로 공사기간이 연장되면 간접비 등 비용 증가분을 지원할 수 있도록 총사업비 관리지침 개정 등 을 약속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참다 못한 건설사들이 정부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면서 이슈화하자 정부는 지난달 30일 기재부 경제예산심의관 주재로 총사업비 관리지침 개정과 관련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비공개 회의를 여는 등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기재부 관계자는 총사업비 관리지침은 전문가 의견을 듣기 시작한 단계”라며 사업비 증가분 이슈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슈가 있어 전체적인 의견을 들어본 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근우 기자 /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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