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참여 요구로 일동제약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녹십자가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일동제약 측에 제품 공동 개발 등 경영협력을 제안했다가 거절 당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에 주주제안서를 발송해 자사 추천 인사를 감사와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하기에 앞서 이미 여러 차례 경영참여를 시도한 흔적이 포착된 것이다.
아울러 일동제약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의도에 대한 녹십자의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한 기한이 16일로 다가오면서 녹십자 측이 일동 측에 전달할 서한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제약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적대적 M&A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달라는 일동제약 측의 요구에 대해 어떤 회신 내용을 담을지와 함께 이를 언론에 공개할지를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자칫 소모적인 공방전으로 비춰질 경우 양측 모두에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녹십자가 이번 사태에 앞서 여러차례 일동제약 측에 경영협력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 어떤 파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녹십자 관계자는 "일동제약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 주주제안서 내용을 적대적 M&A로 몰아가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주주제안서 발송 이전에도 지난해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공식적인 경영 협력을 제안했지만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해 이사회 참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동제약 관계자는 "몇 차례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비슷한 제안을 받은 건 맞다”며 "하지만 녹십자 측에 납득할만한 답변을 보낸 만큼 이번 사태와 연관된 부분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녹십자의 주주제안 이후 일부 직원들의 동요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이정치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에 대한 연임 반대 등의 내용은 녹십자가 발송한 주주제안서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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