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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영화愛人] ‘오늘의 연애’ 정대훈 PD “PD란, 촬영장 속 엄마”
입력 2015-02-14 13:02 
한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많은 과정과 다양한 사람들을 거치게 된다. 영화감독을 시작으로 배우, 촬영감독, 음악감독, 미술감독, 제작진, 의상 팀, 무술 팀, 투자자, 배급사, 매니저, 홍보사 등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다해 제작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늘 영화가 개봉되면 배우 또는 감독만이 인터뷰를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MBN스타 여수정 기자] 청춘남녀의 가장 큰 관심사인 ‘썸과 ‘남녀 간의 우정을 소재로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오늘의 연애. 지난 1월14일 개봉해 188만9590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개봉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로맨틱코미디 중 빠른 속도를 자랑하기도 했다.

연예계 대표 엄친아 이승기와 청순의 아이콘 문채원이 만남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극에서 그간 쌓아온 대표 이미지를 과감하게 벗고 새로운 이미지 변신에 도전했다. 그 결과는 꽤나 긍정적이었다. 이승기는 허당기 가득한 흔한 남자인 친구(?)로, 문채원은 털털함과 여성스러움을 동시에 지닌 여자인 친구로 분해 청춘남녀의 현실을 대변해줬다.

내용은 물론 배우들이 연기에 캐릭터까지 현실적이라 보는 이로 하여금 내 이야기 같아”라는 즐거운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거기에 홍대와 마포대교 전망대, 경리단길, 이태원, 가로수길 등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 주 배경이라 영화의 감동을 쭉 이어갈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연출을 맡은 박진표 감독의 노력도 대단했지만, 그와 함께 머리를 맞댄 정대훈 PD(프로듀서)의 노력도 빛난다.

2010년도에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받고 매력적인 소재라 끌렸다. 당시 대부분의 멜로나 로맨틱코미디 영화는 결말이 공식화됐기에 한방이 약했다. 때문에 영화 ‘오늘의 연애의 초기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영화 ‘연애의 목적 보단 잔잔한. 판타지를 구현하기 어려워도 우리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있으면서도 변화를 줬으면 했다. 사실 잠시 때를 기다리느라 묵혀둔 시나리오였다. 2013년 가을 해당 시나리오를 보면서 개봉을 준비했다.”

20대의 감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4~5개월 각색하며 트렌드를 따라가려했다. (웃음) 대사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가벼우면 안 될 것 같고 너무 무거우면 무거운 멜로가 될 것 같아 그 중심을 잡는 게 힘들었다. ‘오늘의 연애 첫 시나리오는 좀 더 로맨틱했다. 그래서 행동보다는 대사위주로 진행됐는데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더라. 수정작업을 통해 완성된 ‘오늘의 연애는 캐릭터가 현실에 있을 법하고 땅에 붙어있는 것 같다.”

노력 덕분에 ‘오늘의 연애 속 준수와 현우는 정말이지 현실 그 어딘 가에서나 볼법한 평범한 인물이고,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냐는 착각까지 들게 만드는 묘한 인물이다. 이에 정대훈 PD는 웃으며 연출을 맡은 박진표 감독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박진표 감독님이 ‘오늘의 연애를 통해 20대 배우와는 처음으로 작업했을 것이다. 배우를 우선시하는 감독님이라 그들과 교감하고 어울리려고 항상 노력했다. 감독님이 올드한 소재를 신선하게 만들어 관객에게 다가가려 애썼다. 첫 시나리오부터 시나리오 완성 본까지 약 5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아간 것 같다. 또한 박진표 감독님을 만나 캐릭터에 살이 붙었고 둥둥 떠다니던 캐릭터가 땅에 붙은 셈이다.”

정대훈 PD는 박진표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지만 감독과 PD, 배우, 제작진 모두가 맡은 역할을 해냈기에 완성도 있는 작품이 관객을 만나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의 호흡도 내용도, 소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영화 속 배경이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 상영이 끝나고 당시의 감동을 이어갈 수 있다.

‘오늘의 연애 속 주 배경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공간이다. 때문에 누구에게나 벌어질만한 일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는 결국 궁금하면 해당 장소로 향해 같이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인 것이다. 세트가 없는데 오직 ‘탕이라는 술집을 제외하곤 모두 갈 수 있다. 촬영 당시 흉내 내지 말고 있는 그대로 가자 또한 관객들로부터 우리도 저기 가고 싶어 라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 그곳으로 향할만한 곳을 섭외하기로 했다. 이 부분이 강점이다.”

영화에 좀 더 사실감을 담기위해 정대훈 PD는 제작진과 장소를 섭외하고 주변인들에게 허락을 구하는 등 매우 많은 노력과 과정을 거쳤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친숙한 장소의 등장으로 반갑고 상영이 끝나면 저절로 그 곳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만든다.

하지만 100% 로케이션은 매우 어렵다. 한 곳의 가게를 촬영하기 위해서 해당 가게의 주인은 물론 주변 가게 주인, 그 곳을 찾는 단골, 경찰 등등 많은 이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된다.

보통 지방 로케이션은 해당 지역을 홍보하는 목적으로 부탁하며 빼주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은 아니다. 고정적인 고객을 중시하는 이들이 많아 어렵다. 보통 3~4번 찾아가야 허락해주는 경우가 대다수다. 마치 3개월 찍어도 5개월 찍은 듯 에너지 소모가 많다. (웃음) 구청과 경찰서는 물론 주변 가게, 해당 가게 등 모두에게 양해를 구해야 된다. 안전문제도 각별하게 신경 써야 된다.”

세트촬영 없이 서울 로케이션으로 진행됐기에 어쩌면 PD의 역할이 더 어려웠을 터. 보통 PD는 가장 일찍 현장에 나가 지도하고 가장 늦게 퇴근해 마무리를 한다. 하루 촬영에 있어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격이자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되는 셈이다.

PD가 하는 일을 쉽게 말하면 엄마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엄마는 주로 모든 걸 관리하지 않냐. PD가 그렇다. 모든 상황을 다 관리하는 존재이자 모든 걸 다 아우를 수 있는 직업이 프로듀서이다. 책임지고 가르치고 관리하고 예약하고 하는 모든 과정이 PD의 몫이다. 촬영 역시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의사소통을 조율하기도 한다. 개봉하고 정산과 계약 정리 등 남은 일이 있기에 약 한달 동안 일을 더 마무리하곤 한다.”

정대훈 PD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PD로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 보이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감독과 배우에겐 최고의 촬영장을, 관객에겐 최고의 영화를 선사하고 있다. 노력을 기울였기에 당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을 만도 하지만 정대훈 PD는 모든 영화제에 프로듀서상은 없다. 그러나 서운하진 않다. PD자체가 앞에 나서는 것보단 서포터즈 역할을 좋아하고 잘하기 때문”이라고 쿨하게 답했다.

그가 내놓은 대답은 쿨했지만 정대훈PD는 물론 영화계의 모든 PD들이 그 대가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말로는 촬영 현장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은 존재하고 그 해결의 중심에는 주로 PD가 있다. 해결하고 관리하고 소통하고 조율하고 모든 것을 만능으로 해내기에 현장이나, 영화계, 관객에게 PD는 엄마 같은 존재가 맞다.

일정이 빡빡할 때는 3~4시간만 자거나 이보다 더 못 잘 때도 있다. 휴대전화 노이로제가 있었는데 (웃음)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는 건 나를 찾는다는 것이고 이는 무엇인가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리기도 했었다. 힘들기도 하지만 보람이 더 크다. 무에서 유를 제작함에 있어 작품에 어울리고 잘 해낼 것 같은 제작진을 추천하고 지도한다. 마치 레고를 만들 듯이 (영화의 분위기와 환경 등에) 딱 맞는 제작진을 조립하는 것이다. (웃음) 또한 새롭게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창조한다는 느낌이 좋다. 이는 감독의 창작과는 다른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작업 자체에 중독된 것도 같다. 딸의 ‘아빠 힘내세요라는 식탁 위 손 편지를 볼 때면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있구나를 느껴 행복하고 스스로 자부심도 느낀다.”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정대훈 PD 제공, 스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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