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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우리가 여러분의 ‘여자친구’입니다”
입력 2015-02-10 16:39 
[MBN스타 유명준 기자] 신인 아이돌 그룹의 인터뷰는 대개 자신을 알리기 위한 홍보성 인터뷰인 경우가 많다. 아직은 대중들에게 기억에 남을만한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넌 누구냐” 류의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 데뷔곡 ‘유리구슬을 발표한지 13여 일이 지난 시점에 만난 걸그룹 여자친구도 그랬다. 앞서 몇몇 매체에서 인터뷰를 마친 여자친구에게 기자가 던진 질문은 앞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이 오갔고, 어떤 답변을 했느냐”는 다소 짓궂은 내용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에 대해 리더 맏언니 소원을 비롯해 멤버 모두가 또렷하게 질문과 답을 기억하고 있었다. 호기심 많고 아직은 모든 게 낯선 신인임은 확실했다. 우선 여자친구가 기억하는 질문과 답은 이랬다.

콘셉트 등이 소녀시대와 비슷한데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나이 대에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을 하려다 보니까 이런 모습들이 비춰졌고, 소녀시대 선배와 비슷하다는 말이 영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소원)

팀 이름이 독특하다.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처음엔 ‘멘붕 이었다. (팀명) 후보가 여러 개 있었는데 설마 ‘여자친구로 할까 싶었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여자친구로) 확정이 됐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다 적응이 됐다. 들을수록 정감가고, 의미도 있는 것 같고, 들었을 때 어쨌든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엄지)

멤버 전원이 숙소 생활하는 데 에피소드 없었나?

막내 엄지가 비싼 가격대의 드림 렌즈를 껴요. 하루는 엄지가 렌즈를 빼서 세척하다가 세면대에 빠뜨렸죠. 엄지가 ‘어떻게 하지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신비가 와서 기구를 이용해 수도관을 열어서 빼내더라고요. 신비가 숙소에서 아버지 역할을 해요.”(은하)

데뷔하고 인기를 실감하나?

아직까지는 그렇게 실감이 안 나요. 우리가 휴대전화가 없어서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회사에 있는 컴퓨터에 한 대로만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데, 그때 멜론 등 음악 사이트에 여자친구 순위가 오른 걸 보면 우리라는 게 실감이 안 나죠.” (예린)

얼마 전에 편의점 들러 바나나를 사고 있는데, 익숙한 멜로디가 들렸어요. 여자친구 노래였고 내 목소리가 나오니 이상하더라고요.” (엄지)

여자친구 만의 매력 포인트는?

다른 걸그룹을 보면 우리 같이 과격한 동작이나 씩씩한 동작은 없는 것 같아요. 살랑살랑 춘다고 할까. 그와는 달리 우리는 풋풋하면서도 씩씩하고 건강미 넘치는 소녀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죠.” (신비)

타이틀곡 이외에 어떤 수록곡이 있나?

앨범에는 인트로를 제외하고 3곡이 있어요. 타이틀곡 ‘유리구슬이 건강미를 담아낸 곡이라면 ‘네버랜드는 환상 속에 있는 소녀들의 모습을 그린 곡이다. 비트도 강하고 들썩들썩하죠. 또 다른 곡 ‘화이트는 소녀의 감성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곡이에요. 처음 ‘화이트를 받았을 때 멤버 모두가 울었어요. 가사가 감성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있죠.” (유주)

재미있는 것은 자신들이 받은 기본적인(?) 질문과 답한 내용을 말하는 과정에서 여자친구의 성격이 당차게 드러났다. 이제 갓 18살~21살인 신인이기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이쯤되면 여자친구에게 궁금했다. 수많은 걸그룹들이 활동하고 있고, 현재도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여자친구라는 걸그룹이 또 데뷔할 필요가 있을까. 답변은 너무 당당했다.

당연하죠. 우리는 이제껏 보지 못한 우리만의 특색이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이런 비주얼이 모이기 힘들죠.(웃음) 우리는 체육복이 의상이고, 지금 한 게 무대 메이크업이에요. 딱 봤을 때 어리고 풋풋해서 눈에 띄는 게 매력이죠.” (소원)

그리고 이런 당당함은 연이은 질문에도 계속 보여줬다. 여자친구라는 팀 이름이 자칫 특색이 없어 포털사이트 등에서 검색하면 묻힐 수 있다는 질문을 던졌다.

장점일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누가 방송에서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기사가 떴을 때 연관검색어로 우리가 뜨기도 해요.” (엄지)

최근 리지 선배와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검색어가 ‘리지 여자친구라 떴어요. 사람들이 리지 선배의 여자친구가 궁금했는지 많이 클릭해서 들어가서 보더라고요. 많이 알려지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소원)

여자친구 멤버들의 이름은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명이다. 예린(정예린)을 제외하고는 소원의 본명은 김소정, 은하는 정은비, 유주는 최유나, 신비는 황은비, 엄지는 김예원이다. 본명의 이름도 잘 어울릴 법했는데, 바꾼 이유가 궁금했다.

제가 팀의 리더에요. 팀을 대표하는 느낌이 있으니까 소원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면 조금 더 여자친구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더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소원)

본명이 은비라서 비 자를 강조했어요. 신비라는 말이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이룬다는 뜻이 있죠. 그런 의미에서 그렇게 지었어요.” (신비)

뜻이 여러 가지죠. 엄지공주 같이 작고 귀여운 이미지도 있고, 최고 할 때 엄지를 치켜세우는 의미도 있어요. 대표님이 옛날에 까치 여자친구 이름이 엄지였던 것도 연상된다고 해서 이렇게 지었어요.” (엄지)

심은하의 은하를 땄어요. 신세경, 한혜진 등 여배우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심은하처럼 되라고 은하로 지었어요.” (은하)

한자로 넉넉할 유에 뿌리 주를 써요. 또한 대표님이 딸이 태어난다면 이름을 유주로 하려고 아껴뒀던 이름인데, 그 이름을 주신 거에요.” (유주)

안 바꾼 이유는 본명하고 제일 잘 어울린다고 해서 안 바꿨어요.” (예린)

인터뷰 당시까지 여자친구가 방송 무대에 오른 횟수는 10번 정도. 길거리 공연을 수십차례 한 이들도 사실 방송 무대에서는 긴장하기 마련이다. 빨간 불이 들어오는 카메라 앞은 자신의 노래를 듣기 위해 무대 앞에 몰려든 관객들과는 또 다르기 때문이다. 인터뷰실을 여고 교실 분위기로 바꾼 여자친구의 무대 경험의 결과는 엉뚱하게도 감사한 악플”이었다.

실수는 아닌데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어요.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까 모니터를 하다보면 불안한 점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평소와 똑같이 무대에 오르는 데도 AR을 더 깔았다는 댓글이 달렸어요. 사실 뿌듯했죠.” (소원)

엄지 악플이 달렸는데 좋았어요. 똑같은 무대를 꾸미고 있는데 (립싱크를 했다는) 그런 댓글이 달린 것이니 많이 늘었구나 싶었죠. 연습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 기사가 나갈 시점에 여자친구는 데뷔 한 달 만에 데뷔앨범 ‘시즌 오브 글라스(Season of glass) 발매 기념 팬사인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놀라운 것은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의 공지가 공식 팬카페에 뜨자, 3만여 명이 접속했다는 점이다. 풋풋함을 내세웠지만, 당찬 모습으로 선배 걸그룹들을 위협할 존재임은 분명했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 / 페이스북 facebook.com/you.neocross
정리 : 정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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