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춤의 형식·스토리 비튼 `모던 발레` 뜬다
입력 2015-02-10 14:34 

지난해 4월 유니버설발레단이 공연한 스페인 모던 발레 거장 나초 두아토 안무작'멀티플리시티'. 무대 위 철골 구조물이 오선지가 됐다. 그 사이에서 무용수 20명이 음표가 되어 바흐의'골든베르크 변주곡 BWV 988' 중 아리아를 연주했다. 마치 음악이 보이고 춤이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기하학적 동작을 이어가는 몸선과 빛(조명)으로 그린 현대 추상화처럼 느껴졌다.
고전 발레 형식을 파괴한 혁신적인 춤의 미학으로 관객들을 열광시킨 이 작품이 올해 다시 공연된다. 3월 19~22일 서울 LG아트센터.
호주 안무가 그램 머피가 고전 발레 대명사'지젤'을 패러디한'그램 머피의 지젤'도 무대에 오른다.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으로 6월 15~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다.
국립발레단 역시 지난해 호평받은 모던 발레'교향곡 7번'과'봄의 제전'을 다시 공연한다. 5월 29~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지난해 공연계를 흔들었던 모던 발레 열풍이 올해도 여전히 계속될 전망이다.

모던 발레는 고전 발레 의상 튀튀와 토슈즈, 기본 동작인 턴아웃(다리와 발을 엉덩이 관절 바깥으로 향하는 동작)을 버리고 동시대를 춤춘다. 두 다리와 발을 붙이는'턴 인' 동작으로 현대인의 고통을 표현한다. 아프면 몸을 움츠리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멀티플리시티'는 자식 20명 중 10명을 잃은 인간 바흐의 슬픔과 죽음의 그림자를 턴 인 동작으로 풀어냈다. 무용수들은 바닥까지 구르면서 아픔을 극대화했다. 두아토는 음의 파동을 좀 더 역동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손끝과 발끝을 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램 머피의 지젤'은 초연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머피의 안무작'백조의 호수 '를 보고 작품을 위촉했다. 고전 발레'백조의 호수'를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 , 찰스 왕세자 , 숨겨진 연인 카밀라의 삼각관계에 빗댄 작품이다. 백조 오데트는 연인의 배신으로 결국 정신병원에 갇힌다.
머피는 원작에서 시골처녀로 나오는 지젤을 지상세계 무녀 베르테의 딸로 설정한다. 지젤은 산나물을 캐러 갔다가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에서 온 남자 알브레히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원작에서 알브레히트는 귀족이다. 지젤은 어쩐지 위태로워 보이는 알브레히트에게 그녀를 보호하는 크리스탈을 건네준다. 이 때부터 지젤의 죽음을 예고하는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070-7124-1733
국립발레단'교향곡 7번'은 베토벤 교향곡 7번의 환희를 몸짓으로 표현했다. 무용수 24명이 등장하지만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가 꽉 찰 정도로 역동적인 춤을 펼친다. 독일 천재 안무가 우베 숄츠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향연이라 할 만한 이 곡의 리듬을 절묘하게 신체로 형상화해 극찬을 받았다.
글렌 테트리가 안무한'봄의 제전'은 봄의 신에게 제물로 바쳐진 소녀의 공포를 처절한 몸부림으로 표현했다. 바닥을 구르는 동작이 많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 상부 공간이 너무 비워보이는게 흠이다. (02)587-6181
모던 발레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단점도 있다. 단원수가 적은 유럽 발레단 규모에 맞게 안무했기 때문에 20여명만 무대에 오를 수 있다. 현재 국립발레단은 96명(연수단원 포함), 유니버설발레단은 단원 70명을 거느리고 있어 나머지 단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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