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기만 했던 ‘백설공주’, 이젠 안녕…날로 변화하는 이미지

[MBN스타 여수정 기자] 눈처럼 하얀 피부에 앵두처럼 붉은 입술, 흑단처럼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태어난 ‘백설공주. 동화 속 단골손님인 백설공주가 영화화됐을 땐 철저하게 원작에 충실했기에 아름답고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비극적인 요소가 가미됐다고 해도 임팩트가 그리 강하진 않았다.

지난 2012년 5월3일 개봉한 영화 ‘백설공주는 이기면 ‘왕자, 지면 ‘독사과라는 전제를 깔고 백설공주와 왕비의 운명 대결을 담았다. 화려한 영상미와 원작에 충실한 주인공들의 의상, 배경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곱 난쟁이와 생활하면서 왕자를 기다릴 것만 같은 긍정적 마인드에 외모까지 착한 할리우드 배우 릴리 콜린스의 비주얼은 공주를 다룬 실사 영화 중 가장 돋보였다. 하얀 얼굴에 빨간 입술, 검정 눈썹이 균형을 이루며 적절한 미를 표현하기도 했다.

왕비 역은 줄리아 로버츠가 맡아, 사악하지만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인물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백설공주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왕비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대조를 이루며 왕자는 물론, 남성 관객들까지 시험에 들게 만들었다.

주로 ‘미녀와 야수 속 미녀, ‘신데렐라의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의 공주 등만이 대중을 만나왔기 때문에 백설공주의 실사 이미지 등장이 신선했다. 동화를 찢고 나온 듯한 아리따운 비주얼이 만족감을 선사해 단연 주변 캐릭터와 배경도 완성도가 높았다.

드레스를 입고 한껏 치장한 공주가 아닌, 투우사 복장을 입고 소 앞에 당당히 서있는 용감무쌍한 모습은 어떨까.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는 관객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백설공주의 기본 이미지를 탈피시켰다. 검정 숏 커트 머리스타일에 소를 향해 과감하게 붉은 천을 흔드는 백설공주의 모습이 백마를 탄 왕자보다 용맹스럽기까지 하다.

영화는 그림 형제의 백설공주 이야기를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비극으로 재해석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세비야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 투우와 플라멩코에 깃들어있는 고유정서, 한 등을 담았다. 투우사의 딸이라는 점과 ‘왕자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의 해피엔딩이 아닌 활짝 열린 결말로 관객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연출을 맡은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은 여러 해 전에 사진작가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로데로의 사진집 ‘스페인의 숨겨진 모습들에서 보았던 투우하는 난쟁이들의 멋진 흑백 사진이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만약 그 난쟁이들 사이에 리더처럼 서 있는, 투우사 복장을 한 백설공주가 있다면 어떨까 상상했었다. 난 이미 영화의 포스터를 구상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백설공주 살인사건 역시 공주가 등장한다. 그러나 인물이 아닌 비누를 만드는 회사의 이름이다. 영화는 백설공주 비누 회사에 근무하는 미모의 여직원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 범인을 추측하는 증언들이 온라인상에 화제로 떠오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살해당한 미모의 여직원과 사건의 용의자들이 돌아가면서 위기에 처한 백설공주가 된다. 때문에 누가 진짜 백설공주인지는 해석하기에 달려있다.

살해를 당한 미모의 여직원을 백설공주로 봤을 때, 그를 시샘하는 주변 인물들은 모두 마녀다. 더욱이 ‘미모를 자랑하기에 동화 속 왕비와 백설공주의 사이도 잠시나마 드러내고 있다. 해결책이 보일 듯 말 듯 밀당을 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범인을 추리하게 돕기도 한다.

억울하게 마녀사냥을 당하게 되는 미키를 공주로 봤을 땐, 자극적 편집을 무작정 믿고 미키에게 막말을 일삼는 누리꾼들이 마녀이다. 미키를 위기에 처하게 만든 열혈 트위터리안 역시 마녀로 볼 수 있다.

빠져나올 수 없는 위기에 처한 백설공주의 상황이 주는 진지함도 좋지만,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SNS에 빠른 속도로 확산시키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어 묵직하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 일곱 난쟁이도, 목에 걸린 독 사과를 빼줄 왕자도 없이 ‘진실과 ‘거짓을 판단해야 되기에 기존 이미지의 공주를 바라봤던 시선 자체를 버려야만 한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