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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사랑’ 첫방①] ‘느림 미학’, 예능 너머 로맨스도 강타하다
입력 2015-02-10 09:15 
사진=호구의사랑 방송 캡처
[MBN스타 유지혜 기자] 느림의 미학이 예능을 넘어 로맨스 드라마에도 통할 조짐이 보인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새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 1회에서는 여자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호구인 강호구(최우식 분)와 국가대표 수영 여신 도도희(유이 분)의 만남이 그려졌다.

이날 강호구는 한강 데이트까지 나선 여자로부터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번번이 채이기만 하는 신세를 한탄했다.

그러던 중 강호구는 운명처럼 횡단보도에서 도도희와 마주쳤고,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만화책방에서 다시 마주치는 우연을 겪었다. 또한 동창회가 파한 자리에 가방을 찾으러 갔다가 뒤늦게 온 도도희와 또 만나게 돼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영광까지 누리게 됐다.

도도희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수영선수로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뻐 각종 의류 모델로까지 진출하게 된 스포츠 스타다. 이런 도도희는 어째서인지 강호구를 기억하고 있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강호구와 밤바다를 구경하러 가기까지 이른다.

드라마 속 강호구는 언제나 느리다. 좋아하는 여자가 팔짱을 끼고, 손을 슬며시 잡아와도 그 이상 나가지 않고 손가락 한켠만 내어줄 뿐이다. 도도희가 밤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을 때에도 춥다”고 한 차례 거절을 한다. 절대 앞서나가는 법이 없다.

또한 만화책 대여점을 하는 아버지의 일손을 돕고, 동창회서 만난 친구가 그저 사인만 하면 된다”는 말에 자세한 약관을 듣지도 못한 채로 상품에 가입하게 된다. 모질지도 못하고, 느리고, 계산적이지 못하다. 그런 그의 모습은 아날로그를 대변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아날로그적 방식은 강호구의 사랑에도 투영된다. 강호구의 사랑 방식과 정반대의 형식을 가진 이는 바로 동생 강호경(이수경 분)이다. 강호경은 오빠 강호구에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재깍재깍 움직이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빨리 봐야만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는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스턴트식 사랑 방식에 강호구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길을 지나가는 연인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으며 꼭 사랑이 그렇게 빨라야 하는 것이냐고 스스로에 묻는다. 강호구가 앞서 ‘한강녀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도도희의 주변을 맴도는 방식도 비슷했다. 느릿하고 조금은 기다리기도 하는 ‘아날로그다.

강호구의 아날로그적 삶의 방식은 지금 예능계에서 열풍이 부는 ‘느림 미학과도 일맥상통하다. tvN ‘삼시세끼-어촌편은 대표적인 느린 예능이다. 무언가 계산적이지 않고, 치열하지 않고 아날로그적인 여유로움이 깃든 프로그램은 일상에 치여 사는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꽉 짜여진 일정 없이 그저 아이들과 아빠가 어울리는 모습을 담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큰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이런 ‘느림 미학을 본격적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호구의 사랑이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표민수 PD는 빠르게 사는 시대에서 느리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날로그적인 측면을 살려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작품을 드라마화했으면 좋겠다고 여겼다”고 원작 웹툰을 드라마화한 계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호구의사랑 방송 캡처

표민수 PD의 말처럼 ‘호구의 사랑은 덜 빠르고, 덜 치열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늘 1등을 위해 치열하게 살던 도도희는 명성도, 돈도 갖췄지만 행복하지 않아 한다. 조금씩 모자라지만 친구, 가족들과 둘러싸여 한바탕 웃을 수 있는 강호구의 신세가 오히려 조금 더 행복해 보인다.

드라마는 그런 강호구의 조금은 더딘 성장과 느릿하게 ‘물드는 사랑을 그린다. 시청자들은 늘 바쁘게 전개되고, 스펙타클한 삶을 사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보다가 강호구를 보니 신선하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확실히 ‘느림 미학이 시청자들에게는 새롭게 다가가는 모양새다. 이에 ‘호구의 사랑은 이런 신선함을 꾸준한 재미로 연결시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호구의 사랑은 국가대표 수영여신 도도희(유이 분), 밀리고 당하는 대한민국 대표 호구 강호구(최우식 분), 무패신화 에이스 변호사 변강철(임슬옹 분), 남자인 듯 여자 같은 밀당고수 강호경(이수경 분)의 로맨스를 그린 청춘 드라마다. 매주 월, 화 오후 11시 방송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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