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ETF 20조 넘어 질주 “주식형펀드 비켜”
입력 2015-02-10 04:03 
‘과거에는 마이너리거, 이제는 펀드 시장을 위협하는 메이저리거. 지난해 성장세가 주춤했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이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ETF 시장은 2013년 순자산(시가총액) 약 4조7000억원이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주춤했다. 2014년 ETF 시장은 연초보다 약 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다시 ETF로 돈이 몰리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ETF 시장 순자산은 지난해 12월 22일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돌파했고, 올 들어서는 지난 연말보다 약 1조2000억원이 늘어난 20조8000억원(9일 기준)까지 규모가 커졌다. 이젠 안정적으로 20조원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양한 자산과 지역을 대상으로 삼은 ETF 174개가 이미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고, 해외시장에서도 ETF가 주요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ETF에 대한 투자 규모와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
특히 최근 ETF 순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특정한 실물이나 지수 하락을 투자 기회로 삼으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연말 연초에 코스피 1900선이 무너진 전후로 레버리지 ETF에 적지 않은 돈이 유입됐고, 원유 선물을 기초로 한 ETF에도 유가 하락을 기회로 본 돈이 몰렸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러시아 지수 급락에 따라 3배 이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ETF에 크게 자금이 몰린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팀장은 기관은 최근 1~2년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좋지 않아 중대형 ETF에 대한 관심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반면 최근 개인투자자들은 지수 반등 시 수익률이 큰 레버리지 ETF처럼 리스크가 높더라도 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종목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급격한 지수나 실물 가격의 하락을 ETF 투자의 기회로 삼는 건 유효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 대표 ETF로 꼽히는 삼성운용 KODEX200도 최근 순자산 5조7500억원을 돌파했다. 박스권 장세 속 개별 종목에 대한 기관들의 투자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을 추종하는 자금이 대폭 유입되는 모양새다. 삼성운용은 ETF를 수출상품으로도 만들었다. 이달 12일에는 항셍지수를 추종하는 선물 ETF 2종을 홍콩 증시에 상장시킨다. 선물 ETF로는 국내 최초, 역외 설립하는 한국계 ETF로는 미래에셋운용 이후 두 번째 해외 상장이다.
전문가들은 ETF 신규 투자자는 특정한 테마나 파생상품의 특징을 가진 투자를 피하라고 권한다. 순자산 규모가 비교적 큰 일반적인 ETF 종목을 택해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를 낮추는 길이라는 조언이다. 종목에 ‘레버리지 ‘인버스 등의 이름을 단 ETF도 최근 많이 나오는데 통상 이런 종목은 지수가 오를 때 2~3배 수익을 노리는 상품이라 리스크도 있고 관련 매매비용도 더 높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이정환 팀장은 마음엔 둔 ETF의 순자산을 확인해서 매매에 적당한 규모인지 파악하고, 과거의 거래 내역과 현재 매수·매도 호가 등도 참고해 유동성이 양호한지 살펴야 한다”며 ETF 보수를 확인하고 다른 투자상품과 비교해 적당한 수준인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대표는 차별화된 상품과 고객 수익률을 우선하는 수준 높은 금융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주식형 펀드 시장은 지속적으로 위축되면서 ETF에 자리를 내주게 될 위기”라고 밝혔다.
[김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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