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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금리역전에 외상 어음도 회사채로 상환
입력 2015-02-09 11:13 

[본 기사는 2월 5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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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계열회사인 현대로템은 지난 1월 20일 325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중 2241억원으로 거래처 외상 매입금(어음)을 결제했다. 일반적으로 어음은 1년 이내 만기도래하는 부채(유동부채)로 취급하는데, 회사채로 이를 갚으면 단기 부채가 장기(비유동부채)로 바뀌게 된다. 이 거래로 현대로템은 현금 지출을 뒤로 미루고 단기 부채를 줄여 유동비율 등 재무지표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최근 현대로템처럼 상거래 외상 어음까지 회사채를 발행해 갚는 사례가 목격된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낮아 이자비용 감소와 재무개선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재무활용 중 하나로 풀이된다.
외상 어음은 기업이 거래처로부터 원자재 등을 사들이고 발행해주는 채권이다. 결제 주기는 1년 이내로 짧다. 외상 어음을 회사채를 발행해 갚으면 재무제표상에 단기 부채가 줄고 유동성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5일 매일경제신문 레이더M이 올해 들어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거나 발행 예정인 22개 회사 증권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총 17개 회사가 자금조달 목적에 '운영자금'을 포함했다. 단순히 기존 회사채를 상환(차환)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한화케미칼(1000억원), (주)SK(2500억원), LG생활건강(1500억원) 등 3개사에 그쳤다.
기업들은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때 감독당국에 제출하는 서류(증권신고서)에 '자금의 사용목적'을 기재한다. 시설자금 운영자금 차환자금으로 분류되는데 운영자금은 단기어음(CP)이나 물품 결제대금, 은행 차입금 상환용도로 쓰이는 돈을 뜻한다.
회사채 시장에서 기업들은 주로 차환이나 시설투자를 위해 채권을 발행한다. 외상 매입금은 주로 단기 기업어음(CP)이나 보유 현금으로 결제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기록적인 저금리 덕에 회사채 발행 금리와 CP 금리가 비슷한 상황이 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91일물 CP(A1등급) 금리는 2.23%로 AA-급(무보증 3년물) 회사채 금리 2.241%와 큰 차이가 없다. 회사채 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3년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2%) 아래에서 거래되는 등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현재 금리 수준을 최저점으로 보고 운영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하려는 것" 며 "조달한 자금으로 단기 부채를 상환하면 재무구조가 안정화되고 앞으로 발생할 이자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위아와 LG전자, KT 등은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위아는 오는 10일 5년물과 7년물로 나눠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절반 이상인 1028억원을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현대모비스 등 거래처 어음을 갚는 데 쓴다.
현대위아는 일부 자금을 활용해 우리은행, 하나은행,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을 중도 상환한다. 기존 금융권 차입금 금리가 3%대로 회사채 발행금리보다 1%포인트가량 높기 때문이다. 대출금을 회사채로 전환하면서 연간 수억원 규모 이자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최근 국내 회사채 시장 역사상 가장 많은 7500억원 발행했다. LG전자는 조달한 모든 자금을 운영자금에 쓴다. 절반가량인 3200억원으로 서브원, SK하이닉스 등 거래처 외상 매입금을 결제하고, 1100억원은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차입금을 갚는다.
KT는 지난달 29일 4500억원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중 1600억원을 판매관리비로 책정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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