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이틀째 큰폭 반등에 성공하면서 기름값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대비 1.33달러(2.8%) 오른 배럴당 49.57달러에 장을 끝마쳤다. 한달여만에 최고치로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8.3% 폭등한것까지 합치면 거래일 기준으로 지난 이틀간 가격상승률이 11%를 넘어선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1.54달러(2.9%) 오른 54.53달러까지 상승했다. 역시 이틀간 오름폭이 7%에 육박한다. 지난달말 이후 유가가 큰폭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발 석유생산 증가율 둔화 가능성이 자리잡고 있다. 당초 미국 셰일원유 생산업체들은 저유가 흐름이 장기화되더라도 생산비 절감 등 구조조정을 통해 상당기간 기존 원유생산량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보니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가격 전쟁을 선포한지 얼마되지 않아 앞다퉈 감산준비에 들어간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산 석유공급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그동안 글로벌 석유시장을 압박했던 과도한 공급초과 현상이 생각보다 빨리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속에 유가가 급반등한 이유다.
실제로 가파른 유가하락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석유시추시설을 철거하는 한편 대규모 감원·투자축소를 발표하는 미국 에너지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 원유장비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BHI)에 따르면 미국내 석유시추시설(오일리그)숫자가 지난 한주간 94개 감소했다. 베이커휴즈가 관련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87년 7월 이후 주간기준으로 가장 큰폭으로 석유시추시설이 줄어든 것이다. 셰브론이 유가급락으로 내년 투자 예산을 50억달러 줄이기로 결정하는 등 대다수 석유메이저들도 추가적인 석유개발계획을 축소하거나 용도폐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도 상당수 월가금융기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가 반등세가 이어지면서 갈수록 더 많은 시장 전문가들이 지난 6월부터 7개월간 가파르게 진행된 국제유가 하락세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유가가 바닥에 근접했더라도 배럴당 50달러 안팎수준에서 유가가 급반등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공급과잉 우려가 다소 완화됐더라도 원자재 블랙홀인 중국을 중심으로 석유수요가 늘어나는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야 지속가능한 유가 반등이 가능한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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