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 이를 능가하는 또 다른 신소재 '실리센'이 드디어 데뷔 신고식을 했다. 실리센이 반도체에 처음으로 적용돼 작동하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대 마이크로전자센터 데지 아킨완데 교수와 미국방부 공동 연구진은 실리센을 처음으로 반도체에 적용해 실온에서 작동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2일자에 게재됐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육각형으로 배열돼 있는 2차원 물질로 2004년 처음 발견됐다. 구리보다 1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강철보다 200배나 강해 꿈의 신소재로 불리며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실리센은 탄소 원자가 아닌, 실리콘 원자가 육각형으로 배열돼 있는 2차원 물질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실리콘이 이미 반도체 소재로 활용돼 왔으며 전자장비에 적용하는 것도 더 쉬울 것으로 보고 실리콘 원자를 2차원으로 배열한 실리센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2007년 처음 제안된 실리센은 2012년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가 처음 개발에 성공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3년 만에 미국 텍사스대 연구진이 실리센을 반도체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성능은 보통이었으며 수명은 단지 몇 분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누구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실리센을 반도체에 적용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핀을 반도체로 바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밴드갭'이 없기 때문이다. 물질을 반도체로 활용하려면 '저항'이 존재해야 한다. 저항이 너무 크면 전기를 걸어줘도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반대로 저항이 작으면 전류가 잘 흐르기 때문에 적절하게 전류를 끊어줄 수 없어 반도체로 활용하기 어렵다. 이 저항을 결정짓는 것이 바로 밴드갭이다. 밴드갭이란 전자의 에너지가 갖고 있는 차이를 의미하는데, 그래핀은 밴드갭이 없어 반도체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그래핀을 리본 모양으로 만들거나 두겹으로 쌓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모두 밴드갭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실리센은 밴드갭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에 활용하기 간편하다. 또한 실리센은 그래핀처럼 매우 강하고 얇을 뿐 아니라 유연한 성질을 갖고 있다. 반도체의 소형화가 점점 한계에 다다른 지금, 이를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 받았던 실리센이 반도체에 실제로 적용되면서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실리센은 실리콘을 활용하는 만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장비로도 제작 및 적용이 가능하다”며 "이번 연구는 학계가 기다렸던 논문이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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