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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박수 받을 김진수의 ‘첫 경험’ 행복했다
입력 2015-02-01 06:01 
손흥민과 포옹하는 김진수. 2015 AFC 아시안컵 결승 연장 전반 15분, 김진수는 땅을 쳤다. 그가 뛰었던 600분 가운데 가장 슬펐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다른 599분은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했다. 사진(호주 멜버른)=AFPBBNews=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아시안컵 결승 연장 전반 15분, 김진수(호펜하임)는 무릎 꿇고 땅을 쳤다. 토미 유리치(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를 놓친 게 결승골로 이어졌다. 통한의 실점. 남은 15분 동안 후반 46분에 일어났던 기적은 한 번 더 일어나지 않았다.
죽을 죄를 지은 것 마냥 김진수는 펑펑 울었다. 미안함에 좀처럼 어쩔 줄 몰랐다. 그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자책했다. 너무 큰 실수를 했다. 축구인생의 가장 큰 실수였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실망감을 안겼다”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었으나 누구도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비난은 없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는 걸 모두가 알았다. 그리고 그가 있었기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결승 무대였다. 김진수 덕분에 행복했던 아시안컵이다.
죄인이 아니다. 영웅이다. 그리고 아시안컵에서 건진 최대 수확 가운데 하나였다. 김진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왼쪽 수비수 제1옵션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오랫동안 논쟁이 계속됐고 풀지 못했던 ‘포스트 이영표 찾기도 함께 해결됐다.
4년 전 이영표가 국가대표 은퇴를 한 뒤 왼쪽 수비는 한국축구의 가장 고민스러운 자리였다. 한국축구의 지휘봉을 잡은 감독이 되풀이했던 고민이다.
여러 선수가 번갈아 가며 뛰었으나 누구도 앞장서지 못했다. 김진수가 2013년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을 통해 혜성 같이 등장했으나, 부상으로 인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김진수를 비롯해 박주호(마인츠), 윤석영(QPR) 등 이 경쟁을 벌였는데 이제야 교통정리가 됐다. 왼쪽 수비의 주인은 김진수로 굳혀졌다.

김진수는 이번 대회에서 23명의 태극전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 경기 풀타임을 뛰었다. 두 번의 연장 혈투까지 소화했다. 그럼에도 강철 체력과 폭넓은 활동량, 적극적인 공격 가담, 예리한 킥까지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펼쳤다. 8강 우즈베키스탄전과 준결승 이라크전에서는 선제 결승골을 돕기도 했다.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며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친 태극전사였다.
이번 대회는 성인이 된 김진수의 첫 메이저대회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은 개막 직전 부상으로 낙마했다. 첫 경험이다. 완벽할 수는 없다. 더욱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23세의 젊은 축구선수다. 오히려 첫 경험치고 정말 잘 했다. 2002 한일월드컵의 송종국을 연상케 할 정도로 그의 헌신은 반짝반짝 빛났다.
비록 ‘작은 시련이 주어졌지만 앞으로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대로 그는 미래가 창창하다. 그 창창한 미래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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