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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투혼의 준우승…잘 싸웠기에 후회없었다
입력 2015-01-31 20:52  | 수정 2015-01-31 21:29
한국은 포기를 몰랐다. 그리고 후반 46분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120분간 혈투 속에 패배를 했지만 진한 아쉬움보다 아름다웠던 투혼으로 기억될 준우승이다. 사진(호주 시드니)=AFPBBNews=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잘 싸웠다.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그 숙원을 풀지 못했다. 아쉽다. 정말 아쉽다. 27년이나 걸려 어렵게 얻은 기회였다. 하지만 모든 걸 쏟았기에 후회없는 한판이었다.
준우승. 한국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 성적표다. 단 2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결승 토너먼트가 도입된 1972년 대회 이후 2실점만 하고도 준우승을 한 건 2011년 대회의 호주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게다가 한국은 호주와 똑같이 5승 1패를 기록했다. 나란히 1번씩 졌음에도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한국으로선 또 한 번의 억울하고 아쉬운 준우승이다. 1988년 대회에는 공식적으로 패배가 없었다. 전승을 달리다가 결승에서 승부차기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패했다. 1980년 대회에도 준결승까지 4승 1무로 가팔랐다. 결승 상대인 쿠웨이트는 조별리그에서 3-0으로 크게 이겼던 상대였다. 그러나 결승 리턴 매치에서 0-3으로 졌다. 35년 만에 같은 아픔을 다시 겪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태극전사는 그라운드 위에서 무릎 꿇거나 드러누웠다. 좀처럼 아쉬움은 가시지 않았다. 아니 평생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관중석과 TV를 통해 지켜보던 축구팬도 슬프긴 매한가지다. 그러나 아쉬움과 눈물로 기억될 대회가 아니었다. 태극전사의 투혼으로 기억될 것이다.
일방적인 응원 등 홈 텃세 속에서도 호주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국 호주를 유일하게 괴롭혔던 한국이다.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으로 호주를 위협했다. 전반 45분 루옹고의 선제골이 터지기 전까지 흐름은 한국으로 넘어갔다. 손흥민(레버쿠젠)의 잇단 슈팅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예상치 못한 실점에 한방을 당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패색이 짙었다. 호주는 1골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골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호주 진영에는 빈 공간을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호주는 그렇게 승부가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니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시작부터 피 터지는 싸움을 벌여 체력이 바닥났음에도 뛰고 또 뛰었다. 포기는 몰랐다. 그리고 그 투지와 간절함이 극적인 골을 만들었다. 한국영(카타르SC)이 몸을 사리지 않고 볼을 끊어내며 시발점이 됐고, 기성용(스완지 시티)을 거쳐 손흥민의 왼발이 발화점이 됐다.

아시안컵 역사에 남을 경기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펼쳐졌고, 한국과 호주 모두 온힘을 쏟았다. 신경전 따윈 없었다. 부딪히고 또 부딪히니, 체력이 온전할 리 없었다. 지쳤다.
연장 시작과 함께 장현수(광저우 푸리)는 왼쪽 종아리 근육 경련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교체카드를 다 쓰면서 바꿀 수가 없었다. 아프지만 참고 뛰었다. 다른 선수들도 다르지 않았다. 힘이 들었으나 포기를 몰랐다. 서로를 위해 한발 더 뛰었다. 호주는 태극전사의 투지에 끝까지 마음을 졸여야했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고개를 숙였다. 눈물도 흘렸다. 어떻게 잡은 기회였건만, 그토록 기다렸던 날이었기에 더욱 진하게 아쉬웠다. 하지만 태극전사의 투지와 함께 한국축구의 희망을 엿본 날이었다. 7개월 전 추락했던 한국축구가 다시 날아올랐다. 가장 높이 올라가지 못했으나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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