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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잔인하고 슬펐지만 아름다웠던 명승부
입력 2015-01-31 20:30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의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은 아시아축구의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사진(호주 시드니)=AFPBBNews=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해 여름 아시아축구는 망신을 샀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아시아를 대표해 참가한 4개국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3무 9패로 승점 자판기라는 오명 속에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러나 7개월 뒤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은 아시아축구의 성장과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특히, 한국과 호주의 사상 첫 결승 매치업은 아시아축구의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우승트로피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을 펼쳤다. 자존심이 걸린 승부는 혈투가 따로 없었다. 호주가 홈 이점을 갖고 있었으나 승부의 추는 어느 한쪽으로 쉽게 기울지 않았다. 팽팽했다. 한국과 호주는 3선의 간격을 좁히면서 빠르고 강한 압박으로 서로를 밀어붙였다.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창과 칼이 부딪히는 것처럼 치열했다.
손에 땀을 쥐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명승부였다. 기 싸움만 벌인 게 아니었다. 전반 중반 넘어 그라운드 위의 열기는 뜨거워졌다. 빠른 공격 템포로 서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슈팅 또한 하나같이 날카롭고 위협적이었다.
한국에겐 뼈아픈 실점이나 루옹고의 선제골은 그림 같은 슈팅이었다. 반대로 호주에게도 뼈아픈 실점이었던 손흥민의 동점골은 극적이었다. 승부를 내기에 90분으로는 부족했다. 30분이 시간이 더 주어졌다. 그 긴장감 넘치던 경기는 또 다시 연장 전반 종료 직전 터진 트로이시의 결승골로 마무리 됐다. 예측 불허의 명승부였다.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무기력증은 없었다. 7개월 전과 같은 허술함도 보이지 않았다. 상처투성이였던 팀을 훌륭하게 고치면서 업그레이드시켰다. 두 팀 모두 훌륭했기에 더욱 품격 높은 결승이었다. 투지와 승부욕 넘치는 플레이 속에 경기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그렇기에 더욱 멋지고 재밌었다. 승자와 패자를 가려야 하는 잔인한 승부(게다가 한국은 아쉽게 패했다)였지만 아시아축구의 발전과 가능성을 엿보기에 충분했던 아름다운 승부였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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